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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독일의 월드컵 우승, 준비된 승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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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이 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정상에 오른 독일은 이번에 막강한 조직력과 탄탄한 전술, 현란한 공격으로 예술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우승팀 독일에는 메시나 네이마르, 호나우두 같은 세계적 스타가 없다는 사실이다. 대신 장기투자와 순혈주의 탈피, 과학적 시스템 구축, 끊임없는 세대교체가 이를 대신했다. 요아힘 뢰브 감독은 우승 직후 공식 인터뷰에서 “이번 성공은 이미 10년 전에 시작됐다. 지난 몇 년간 우리만의 경기 스타일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혀 장기투자가 우승의 원동력임을 분명히 했다. 뢰브는 2004년 코치로 합류한 뒤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일해 왔다. 단기 승부에 일희일비하며 지도자를 희생양 삼아 수시로 바꿔온 한국 축구가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피부색·출신지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능력 위주로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한 개방성도 강점이다. 공격수 포돌스키와 클로제는 폴란드에서 태어났고, 미드필더 케디라는 튀니지 이민자를 아버지로 뒀고, 외칠은 부모가 터키계로 독실한 무슬림이다.

 좋은 체격만 믿지 않고 철저한 과학 축구로 승부한 점도 저력이다. 선수 몸에 센서를 달아 동작을 분석하는 프로그램과 상대팀의 전력을 해부하듯 정밀 분석하는 정보력이 결합해 과학 축구가 이뤄졌다. 과감한 선수 세대교체도 배울 점이다. 독일은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포돌스키와 슈바인슈타이거를,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괴체와 쉬를레 등을 발탁해 분위기를 일신했다. 국내 리그인 분데스리가의 체질을 강화하며 탄탄한 저변을 닦은 점도 큰 몫을 했다.

 물론 독일 축구는 한국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인프라와 두터운 선수층이 있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오랜 투자를 통해 이를 합리적으로 조직한 독일의 사례는 전 세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 16강 탈락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할 대상이다. 승리는 준비한 자만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