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규제 개혁, 원칙허용·예외금지가 옳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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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제정부
법제처장

지난 3월 20일 대통령 주재 끝장토론에 이어 6월 17일에는 국무조정실에서 규제시스템 개혁방안을 담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7월 1일에는 법제처가 “국민행복 및 규제개선을 위한 법령정비과제”를 발표했다. 국민이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국민과 기업에 불편과 부담을 주는 규제는 개선하고, 국민 안전이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규제는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흔히 규제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부정적이어서 없애고 개선해야할 대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세월호 사건에서 보 듯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 역시 규제이다. 안전, 재해 예방, 사회적 약자 배려, 경제민주화 등이 특히 그렇다. 따라서 규제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가 하는 것이 정부에게 주어진 큰 숙제이다.

 당연히 안전, 사회적 약자 배려 등을 위한 규제는 꼭 필요한 것이기에 갈수록 강화시키는 것이 옳다. 반면에 창업, 신기술개발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는 완화해 나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안전과 관련된 규제는 범위를 넓히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는 범위를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장진입 또는 사업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에 대해서 ‘원칙 허용·예외금지 규제방식’을 담은 행정규제기본법의 개정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측면에서 올바른 방향이다. 이는 경제라는 큰 도화지에서 일부 금지되는 지면을 빼고는 도화지 어디에서나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점에서 창조경제를 활성화하고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헌법 제37조제2항에서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법치국가적 요청인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즉, 규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의 목적과 수단이 정당하고, 그 수단이 국민의 권리를 최소한으로 침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과외교습금지를 위헌으로 판정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보면 “입법자가 과외교습에 대한 규제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 그 규제의 형식은 ’원칙적인 금지‘가 아닌 ’반사회성을 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이를 금지하는 것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재판소에서도 경제활동 영역에서의 규제수단은 “원칙 허용·예외 금지방식” 규제가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경제활동 영역에서의 “원칙 허용·예외 금지방식”의 규제개혁은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여야 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정신과도 부합한다. 이번 제66주년 제헌절을 맞아 헌법 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제정부 법제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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