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3000억원대 재산가 송모(67)씨가 생전에 작성했던 금전출납장부(‘매일기록부’)에 현직 검사에게 200만원을 지출한 내역이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부에는 송씨 살해를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원 이외에 또 다른 서울시의원의 이름도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장부에 자신이 사먹은 짜장면·우윳값도 적어놓을 정도로 꼼꼼했다. 검찰은 지난주 이 장부를 입수해 장부상 등장인물과 돈 거래 관계 등을 집중 조사해왔다.
13일 김형식 시의원의 살인교사 혐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송씨가 작성한 장부에는 현재 수도권의 한 지방검찰청에서 근무 중인 A부부장 검사의 이름과 일시, 200만원의 금액이 나란히 적혀 있다. 시기는 2005년으로 A검사에게 해당 금액을 썼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한다. A검사는 2003∼2005년 강서구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했다. 검찰 관계자는 “장부에는 돈의 사용처가 구체적으로 명시된 게 아니라 액수만 적혀 있다”며 “밥·술값 등으로 썼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구체적인 위법사항이 나오면 수사하겠다”고 덧붙였다. A검사는 수사팀에 “2005년 지인 소개로 송씨를 알게 돼 한두 번 만나 식사했고 그 후 몇 차례 통화한 적은 있지만 금전거래 사실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매일기록부에는 전·현직 시의원 2명과 구의원 1명, 퇴직 경찰과 경위급 이하 정보과 경찰 등 경찰공무원 4~5명의 이름도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산 축적 과정에서 수차례 송사에 휘말린 송씨가 검찰과 경찰 및 정·관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시도했을 정황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직 서울시의원으로 장부에 등장한 B씨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송씨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할 말도 없다”고 해명했다. 8대 서울시의원으로 지난달까지 활동했던 C씨는 “왜 내 이름을 적어놨는지 모르겠다”며 “ 아는 사이이긴 하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검경은 살인교사 혐의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면 장부에 나온 이들을 대상으로 감찰에 착수할 계획이다.
채승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