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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지방의원 비리 조장하는 정당 공천 없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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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방의원들이 지역비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서구 재력가를 살해교사한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 서울시의원의 사례처럼 지역 기업인이나 재력가의 청탁을 받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 토착비리에 대한 감사원 감사나 검경의 수사에서 지방의원은 단골로 등장한다.

 지방의원들은 지역에서 ‘갑 중의 갑’의 지위를 누린다. 이들은 각종 조례를 만들거나 고쳐 특정 사업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지역 업자나 관련 공무원에게 유리하도록 예산을 배정할 권한도 있다. 공무원들이 자신의 말을 안 들으면 행정감사를 통해 압력을 넣을 수도 있다. 지방의원이 민원을 집요하게 요구하면 십중팔구 업자의 로비를 받았다는 게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얘기다.

 지방의원들의 역할은 지자체의 정책을 감시·견제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지방의원이 지자체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해 정책을 결정한다. 김형식 서울시의원의 경우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이면서 토지 용도 변경을 결정하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방의원 고유의 역할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순된 활동을 한 셈이다.

 이런 지방의원들도 고개를 납작 숙여야 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들이다. 정당 공천을 받아야 당선되기 쉬운데 그러려면 지역구 국회의원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이 후원회를 열면 돈을 모아줘야 하고 선거 때는 직접 몸으로 뛰어야 한다.

 당사자들은 “국회의원들로부터 공천헌금을 요구받았다”고 본지에 폭로했다. 이들은 당선되면 갖다 바친 공천헌금을 벌충하기 위해 임기 내내 업자들을 상대로 수금하러 다닌다고 털어놓았다. 한번 업자들의 돈을 받으면 그들의 청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지방의원-지방공무원-지역업자·유지로 이어지는 ‘지역비리의 먹이사슬’이 형성되는 셈이다. 이런 해악 때문에 지방의원의 정당 공천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정치권은 공천권을 내놓을 생각이 없다. 공천권을 갖고 있어야 지방권력을 주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가 부패하면 지방자치는 볼 것도 없다. 지역의 고질적인 비리 사슬을 끊는 첫 단추는 정당의 공천권을 없애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