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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사태」의 바탕은 무엇인가…|아라세계를 파헤친 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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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테헤란」주재 미대사관의 인질 점거사태는「이란」과 미국간에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미국은 유전지대폭격의 엄포를 놓고 있으며 이에 맞선「아랍」민족주의는 필사의 성전을 각오한 듯한 느낌이다. 이같은「이란」사태를 보는 우리의 시각은 여러가지점에서 의문과 궁금증을 갖게된다. 「아랍」민중 (특히 이란)이 미국에 대해 갖는 저항감의 뿌리는 무엇인가/「이란」민중은 왜 「팔레비」의 근대화를 거부했는가/「이슬람」혁명으로 「아랍」사회는 정의를 성취할 수 있을까/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는 왜 「카터」의 중동평화조약을 인정하지 않는가 등.
이러한 궁금증을 푸는대는 종래 미국-「이스라엘」의 편에서 「아랍」세계를 이해하려는 관점에서보다 제3세계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정치학자들간에 지배적이다.
서울대 김학준교수도 『종래 중동문제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지극히 제한돼 있었다』면서 이는 『미국국제자본주의 해석 또는 친「이스라엘」적 정보에만 접해있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서점가에 「아랍」세계에 대한「시각교정」에 도움을 줄 책은 많지않다. 이점에서 김교수는 최근에 나온『아랍의 거부』(두례사간)를 추천한다.
저명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막심·로댕송」이 쓰고 임재경씨(한국일보논세위원)가 번역한 이책은「아랍」민족주의 정체를 알고「이스라엘」에 대한 몇가지 신화를 벗기는데 도움을 주도록 꾸몄다.
9장으로 나누어「유대」민족주의와「아랍」민족주의. 「이스라엘」의 초창기 10년. 「아랍」사회주의의 대두, 「이스라엘」의 온건정책. 세계속의 「아랍」, 「데탕트」에서 무장경계로, 위기 등 현재 「아랍」세계가 가진 뿌리깊은 대미적대감정의 근원을 이해하도록 논리를 전개시켜나가고 있다.
역자 임씨는 이 책 뒷부분에 『아랍세계 그후의 10년』(1968∼79)을 덧붙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는데 그는『정치적 갈등은 그것이 아무리 국부적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대개는 국제관계의 역사적 소산』이라고 전제하고 제3세계가 겪고있는 갈등의 원인을 『식민강대국의 식민지쟁탈전과 식민지 분할통치의 결과로 부자연스럽게 확정된 국경선』 때문이며 『식민지시대의 불평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탓』이라고 분석한다.
「이란」을 둘러싼 「아랍」세계와 미국의 갈등을 좀더 깊게 이해하는데는 최근에 적지않게 나온「제3세계」관계의 책들도 도옴을 준다. 몇가지를 소개해보면.
▲『타오르는「이란」』(광하강일편저·이인철역)I『의연하게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의연하게 죽어가지 않으면 안된다/머리의 끝에서 발톱끝까지/복종을 달게 받아서는 안된다.』 「아랍」 민족주의를 짙게 표현한 민요를 군데군데 넣어가면서 금년 1월 「팔레비」정권이 넘어지게된 원인을 파헤친 「르포」물.
특히 「호메이니」옹의 거동 하나하나가 「이란」 정세를 좌지우지하는 이유와「이란」민족주의의 핵을 이루는「시아」파 회교도의 신앙심에 초점을 맞춰 풀어나가고 있다.
▲『제3세계의 이해』(김학준 「새뮤열·팔머」외)=미·소강대국의 현실정치속에서 자라난 제3세계의 등장을 역사적·정치적·경제적으로 밝히는 주요논문을 모았다.
특히 임재경씨가 쓴 『「아랍」과 「이스라엘」』은 제4차 중동전쟁직후인 74년에 『창작과비평』 지에 발표했던 글로 PLO의 입장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었다.
이책은 또 『제3세계는 각국가 내부의 민주적 지향과 더불어 세계사의 건전한 방향을 주도하는 세력』이라는 점에서 「제3세계이해」에 선편을 친 기획물이다.
▲『제3세계문화총서』=태창문화사에서 편집한「시리즈」로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한 제3세계전집이다. 지난 6월까지 6권이 나왔고 최근에 4권이 더 나와 10권을 채웠다. 각권의 내용을 보면 ⑦중동현대사(민영편저) ⑧「아프리카」현대사 (장백일편저) ⑨「아랍」과 「이스라엘」 (「사르트르」편. 홍은중역) ⑩「이란」석유왕국의 붕괴 (「로버트·그레이엄」저·이경식역) 등 「이란」「팔레비」정권의 붕괴이후에 때맞춰 「아랍」권의 이해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다.
그러나 제3세계의 보다 본격적인 이론서를 바라는 독자들에게는 『좀 미흡하다』는 편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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