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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 일로의 미·「이란」관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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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일의 인질 일부석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의 대결은 더욱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이란」정부가 미국계은행으로부터 예금인출을 단행하려하자「카터」미행정부는 이에 예금속결 및 해병대이동설로 맞섰다.「카터」대통령은 16일의 한 연설을 통해 인질살상시엔 모종의 행동이 있을 것임을 명백히 했고, 「쿠웨이트」의 한 신문은 미국이「호르무스」해협의「이란」령 도서를 기습, 점령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사태는 세계의 화약고 「페르시아」만 일대에 월남전과 중동전을 한데 합친 것과 같은 파국적 전란을 예상케 하는 것이며, 서방측 석유수송로의 안전성 또한 크게 위협받을 것이다.「페르시아」만의 전란은 「크렘린」의 중동교란, 「아프리카」경영 및 인도양 침투에도 절호의 「찬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미국은 60년대의 「정글」전쟁에 이어 「사막전쟁」, 「유전전쟁」을 다시 치러야할지도 모른다.
이런 엄청난 위험부담을 고려할 때 「카터」미국대통령으로서는 그 어떤 과격한 대응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반대의 우유부단한 자세를 취한다 해도 그의 정치생명이 온전하지 못할 것임은 뻔하다.
이 때문에 「카터」대통령으로서는 불가불 중도적인 자세를 춰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그것이 과연 어떤 방법일 것인가.
여기서 우리가 하나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국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팔레비」전왕에 집착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팔레비」 전왕이 다른 나라에 가있을 때는 말 한마디 없다가 그가 미국에 들어가자마자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인질소동을 벌인 「이란」측의 태도도 과연 떳떳하다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팔레비」전왕은 미국이 아니더라도 달리 망명처를 구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그가 미국을 떠나게 함으로써 현재의 사태를 어떻게 완화해 볼 수는 없는 것일까.
그리고 「이란」회교정부로서는 반「팔레비」운동당시의 감정적인 배외주의에만 계속 사로잡혀 있는 것이 과연 유익한 것인가를 자성해보는 것이 좋겠다.
아무리 구원이 깊다 하더라도 일단집권자가 됐으면 이제부터는 국제사회의 한 책임 있는 국가단위로서 세련성을 발휘하는 것이 요구된다. 세계는 하나이며 「로빈슨·크루소」와 같은 자폐적인 삶은 현대에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우선엔 사태가 워낙 급박하니, 최소한 무력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이란」은 미국의 체면과 자존심을 너무 손상하는 모욕행위만은 극력 자제하는 것이 좋겠고, 또 미국으로서는 책임 있는 세계대국으로서의 짐착성과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이란」회교도와 민족주의자들의 반왕권·반서방 감정은 오랜 역사적 사연을 가진 것이다.
기원전 8백50년께의 왕권 대 예언자 「엘리야」간의 원한관계가 바로 오늘의 「팔레비」 대 「호메이니」의 원한관계로 계승되었다면 그 『「이란」인만이 아는 숙명적 구원관계』 에 역대미국지도층이 너무 편파적으로 뛰어들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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