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4강에서도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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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의 그리스가 '최강' 프랑스까지 잠재우며 메이저대회 첫 4강의 신화를 이뤘다.

그리스(A조 2위)는 26일(이하 한국시간) 리스본 조세 알바라데구장에서 열린 유로2004 8강전에서 후반 20분에 터진 앙겔로스 차리스테아스의 결승 헤딩골에 힘입어 '우승후보' 프랑스(B조 1위)를 1-0으로 꺾는 이변을 만들었다.

이로써 그리스는 1980년 대회 이후 20년만에 돌아온 유럽선수권 본선에서 4강까지 오르는 수확을 거뒀다. 그리스 축구 역사상 월드컵 · 유럽 선수권 등을 통틀어 메이저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는 이번이 처음.

'창'과 '방패'의 맞대결에서 방패가 승리를 거둔 경기였다. 예선에서부터 엄청난 견고함을 자랑했던 그리스의 '방패'는 프랑스의 날카로운 '창'마저도 무디게 만들었다. 그리스는 초반부터 특유의 수비위주 전술에 간간히 매서운 반격을 펼치며 경기를 효과적으로 풀어갔다.

그리스는 후반들어 미드필드 지역 장악을 꾀하면서 특유의 '역습전술'이 빛을 발했다. 절정은 후반 20분. 그리스의 수비형 미드필더 테오도로스 자고라키스는 프랑스 진영 오른쪽에서 상대 미드필더 빅상테 리자라쥐로부터 공을 빼앗은 뒤 돌파해 재빨리 문전앞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이 볼은 문전앞에서 노마크로 서있던 하리스테아스에게 정확하게 날아갔고 하리스테아스가 깨끗하게 머리로 받아넣어 양팀 합쳐 유일한 득점이자 결승골을 터트렸다.

충격적인 선제골을 허용한 프랑스는 곧바로 실뱅 윌토드, 루이 사하, 제롬 로텡 등 공격수들을 잇따라 투입, 반격을 노렸다. 하지만 사기가 오른 그리스는 남은 시간 수비를 더욱 꽁꽁 틀어막아 결국 이번 대회 최대의 파란을 완성했다.

화려한 공격라인업의 프랑스는 슈팅수 11-5, 볼점유율 56%-44% 등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으며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중원 사령관' 지네딘 지단이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양 측면공격라인 역시 그리스의 강력한 수비에 막혀 맥을 못추렸다.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 홀로 끊임없이 그리스 골문을 두드려봤지만 그 역시 몸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한편 이날 승리로 4강행을 확정지은 그리스는 7월 2일 오전 3시 45분에 8강 체코-덴마크전 승자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일전을 치를 예정이다.

Joins.com 이석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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