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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시와 음악이 있는 사진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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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아주 특별한 사진수업
주기중 지음, 소울메이트
346쪽, 1만8000원

요즘 사진을 찍는 사람 중에 ‘24’ 제한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4’는 필름시절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필름의 커트 숫자이다. 흔히 ‘스물네방짜리’라고 말하곤 했다. 카메라에 필름을 넣으면 24번 촬영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진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36커트 필름을 사용하긴 했어도, 숫자의 제한은 오십보 백보였다.

 필름 가격도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인화비용 생각하면 많은 사진을 찍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졸업식 혹은 결혼식과 같이 일생에 중요한 순간에 필름 1개가 주는 ‘24’장 사진의 무게는 요즘과 달랐다. 그래서 한 장을 찍어도 신중하게 찍어야 했다. 사실 이것은 신중함의 문제가 아니다. 찍는 어려움도 있었기에 셔터 누르기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날씨에 따라 노출을 달리해야 했고, 역광 순광을 알아야 했다. 결국 사진을 잘 찍는 친구가 있어야 사진이 제대로 남았다.

 어느 순간 ‘디카’라고 불리는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했다. 디지털카메라 기술의 발달은 사진의 질뿐만이 아니라 사진촬영 자체를 ‘제한 없는 놀이’처럼 만들었다. 스마트폰에 부착된 카메라는 ‘사진놀이’를 더욱 확산시켰다. 놀이에 참여한 사람 중에는 더 잘 노는 사람이 있었다. 카메라를 바꾸면 나도 더 잘 놀 수 있을 듯이 보였다. 여기에 카메라 제조사의 마케팅전략도 한자리를 차지한다.

 초창기 ‘디카’라면 이 말도 맞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보다 싼 카메라인데도, 아니 ‘폰카’ 인데도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낸다. 이 책은 비싼 카메라에 쏠린 눈길을 잡아챈다. 그리고 아주 ‘특별하게’, 하지만 특별한 것도 없이 좋은 사진 만들기를 알려준다. 기교와 이론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이 아님을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저자는 사진은 타인, 사물, 그리고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세상을 밝게 만드는 가장 훌륭한 매체라고 믿고 있다. 일간지와 월간지 사진기자로 30년을 일한 경력이 이런 믿음을 받쳐주고 있다. 저자는 기술적인 부분 보다는 시·음악·미술·과학 등을 통해 사진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진을 통한 공감이 좋은 사진을 찍는 목적이자 이유이고 방법임을 말한다. 결국 ‘아주 특별한 사진수업’을 통해 공감을 가르치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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