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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천문학자의 감성 에세이 … 가을밤은 왜 더 쓸쓸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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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명현의 별 헤는 밤
이명현 지음, 동아시아
296쪽, 1만3800원

별이 뭐길래 수많은 예술가들을 사로잡아 왔던 것일까.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그려진 소용돌이치는 별빛은 무수한 이의 마음을 흔들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은 또 어떤가. 텅 빈 공간에 덩그라니 놓인 불덩어리 혹은 돌덩어리일 뿐인데, 쏟아지는 별을 보노라면 애틋함이 스며든다. 아련한 동경이, 그리고 그리움이 수십 수백 광년 떨어진 그것과 나 사이를 잇는 듯하다.

 그건 아마 우리가 별에서 왔기 때문일 거다. 137억 년 전 갑작스러운 대폭발로 만들어진 우주 먼지들은 어쩌다 뭉쳐 별이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별 속 원소들은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와 일치한다. 137억 년 우주의 역사는 우리 몸에 새겨져 있다.

 책은 전파천문학자인 이명현(41) 박사가 우리의 ‘고향’인 별을 바라보며 쓴 에세이를 묶었다. 우주의 전파를 관측한 자료로 음악을 만든 일, 어릴 적 소행성을 탐색하던 기억, 외계인을 찾아나선 이야기 등을 시, 그림 등과 묶어 전한다.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고 일기 쓰듯 술술 풀어놨다.

 저자에겐 전파천문학자보다 ‘별 헤는 사람’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물리 법칙을 섭렵하고 산더미 같은 자료 분석에 골머리를 앓는 직업치고는 문장마다 묻어나는 감성이 더없이 예민하다. 뭔가를 깊숙이 알아가는 건, 특히 그게 과학이라면, 마냥 동경만 하던 시절의 낭만을 부숴나가는 일일 테다. 하지만 그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어린 시절의 감수성을 촉촉하게 유지해 왔다.

 이를테면 가을의 쓸쓸함을 표현한 이런 문장이다. “가을의 밤하늘은 정말이지 쓸쓸하다. 1등성이 없을 뿐 아니라 별들의 밝기도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왠지 외로워지는 것도 가을이다. 가을철 별자리는 쓸쓸함과 외로움과 그리움의 무늬를 아스라이 새기고 어둠 속에 침잠해 있다.”

 눈가에 맺힌 이슬처럼 반짝이는 별이지만, 우주공간은 사실 낭만적인 곳이 아니다. 우주공간에선 흐르는 눈물도 없고(중력이 약해 휘날려 흩어진다) 향긋한 몸내음도 맡을 수 없다(중력이 약해 냄새 입자가 뭉쳐서 이동하지 못한다). 하지만 광막하기에 인간의 상상력이 너른 들판을 달렸고 고단한 삶을 위무할 위대한 예술 작품들을 탄생시켰는지 모른다.

 저자는 말한다. “천문대는 별만 보기 위한 곳이 아니랍니다. 절망한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 잡아두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도시인이 천문대에 시간을 내 방문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대신 마음이 아릴 때 잠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별이 위로처럼 쏟아질 테니.

[S BOX] 화성에 갈 때 닭을 데려가세요

화성에 인류가 살게 된 날이 왔다고 상상해 보자. 어떤 동물을 데리고 가는 게 좋을까. 귀여운 개나 고양이일까, 일 잘하는 소일까.

 과학자들은 닭을 강력히 추천한다. 우선 닭은 화성 정착민이 먹을 단백질을 제공해준다. 달걀도 낳으니 금상첨화다. 우주선에 실을 땐 부화기의 달걀을 넣어가면 되니 부담이 없다. 개와 고양이는 효용성이 떨어지고 소는 무겁고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

 닭은 화성에 정착해 농사를 짓는 데도 도움을 준다. 지구의 곡물을 화성의 토양에 적응시키려면 풍부한 비료가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닭똥이 최고의 천연 비료로 쓰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닭똥을 태우면 유기화합물의 열분해 작용으로 토양의 영양분이 풍부해진다. 남은 숯은 연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외계인이 주인공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치맥(치킨+맥주)’이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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