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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분향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고 박정희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전국의 분향인파는 1일까지 1천3백28만7천명(내무부집계)에 이른다. 1일 하룻 동안의 분향자수는 3백82만8천명.
○…박대통령 국장을 하루 앞둔 2일 청와대분향소에는 마지막 추모의 뜻을 표하려는 애도인파가 이른 아침부터 줄을 이었다.
1일 청와대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 중에는 지난 2월20일 박대통령이 강원도순시를 마치고 귀경길에 지하철에서 만나 무릎 위에 앉혔던 전응석군(5·안양시 석수동 282의9)도 끼어있었다.
할아버지 전희준씨(70)에게 이끌려 향로에 불을 붙이고 큰절을 한 전군은 『대통령꼐서는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이야기에 『「크리스머스·카드」는 하늘나라로 보내야겠다』고 했다.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청와대빈소에는 l일 하오1시 검은 상복차림의 김희순씨(30·여·서울 상암동 41의13)가 장녀 장은영양(3)을 데리고 나와 엎드려 흐느끼며 『박대통령은 우리가족에게 새로운 삶을 마련해준 은인이었다』며 한동안 제단을 떠나지 못했다.
77년11월12일 모주간지에 김씨가 중병을 앓고 있는 남편과 항문이 막혀 배설할 수 없는 기형아인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예비군교육장을 돌며 도시락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있다는 사연이 보도되자 박대통령은 나흘 뒤인 11월16일 국군서울지구병원 김병수 원장을 불렀다.
김원장은 대통령집무실에서 박대통령으로부터 바로 이 주간지를 받아들었다.
박대통령은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고 그 사람을 찾아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알아보게』라고 지시했다. 그리그 이 일은 아무도 모르게 하라고 특별히 당부했다.
김씨가족을 찾아내 진단한 결과 남편 장연식씨(35)는 중증 퍠결핵에 빈혈이 겹쳤고 당시 생후 10개월의 은영양은 항문불형성(항문불형성)의 선천성기형아였다.
김원장은 은영양을 치료하기 시작, 그해 12월 제3차 인공항문조성(조성)종결수술 끝에 완전한 정상아의 기능을 찾아주었다.
김원장이 수술결과를 보고하자 박대통령은 저고리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그 속에 든 35만원을 모두 털어 건네주며 『이 돈으로 그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하고 절대로 내가 돕는 것을 모르게 하고 생활대책을 세워주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로부터 1년2개월이 지난 금년 2월23일 박대통령은 김씨의 생활이 여전히 어렵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고 다시 김원장을 통해 김씨를 국군서울지구 병원에 취직시켜 은영양과 함께 간호장교숙소에서 살도록 배려했다.
김씨는 가족에게 새 생명을 준 은인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대통령서거소식을 듣고 비통해하다 뒤늦게 김원장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이날 김원장과 함께 빈소로 달려온 것이다.
○…2일 상오9시쯤 소복차림으로 분향을 마치고 나오던 월남파병전사자미망인 신순남씨(35·성남시)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어서 첫차를 타고 나왔다』며 『우리 같은 전쟁미망인들에게도 늘 따뜻한 배려를 잊지 않으시던 박대통령의 은혜를 잊을 수가 없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충북 괴산에서 올라온 박종기 할아버지(74)는 『백성된 도리로 국상에 참여하러 왔다』면서 『어려운 때일수록 모두가 헛욕심을 버리고 국민의 참된 의사를 들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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