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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탄광의 인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북문경의 은성광업소에서 27일 일어난 탄광사고는 안전관리의 소홀이 빚은 또 하나의 인재라는 점에서 우리의 충격과 안타까움은 크다.
탄광사고란 거의 연례행사처럼 일어난 것이고, 그 때마다 안전관리와 사고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그 굳은 다짐들은 공념불에 지나지 않았단 말인가.
구조대투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첫날의 절망적 상황에 비해 84명이 구조되었다는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한 일이지만, 77년의 장성탄광사고, 올 봄 42명의 생명을 앗아간 함백 탄광사고의 뼈아픈 교훈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로 적어도 29명의 희생자를 내 국내 탄광사고사상 최대참사를 빚었다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탄광이 언제나 대형참사의 소지를 지니고 있고 따라서 안전시설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함은 물론 유사시에 대비한 구조 「시스팀」을 제대로 갖추어야한다는 것은 여기서 새삼 지적할 필요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세업자도 아닌 석탄공사가 직영하는 탄광에서 이처럼 빈번히 대형참사가 빚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영기업체 직원들의 안이한 근무자세에도 문제가 있고 시설보안투자 내지 기계에 대한 과신이 그 원인일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인명 경친라는 통탄할 만한 숙조가 그 저변에 깔려 있음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탄광에 필수적으로 갖추어 놓아야할 특수포수소화기나 갱도밀폐용 공기주머니 등이 단 하나도 갖추어지지 않았다는데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안전관리에 대한 너무도 무감각한 자세는 두고두고 지탄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사고가 난 후의 사후책만 해도 그렇다. 우선 사고를 알리는 경보장치가 있었더라면 더 많은 광부들이 재해를 면할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 또 각 막장에 연결되어 있는 전화선이 불에 타버려 통신이 두절되고 말았다는 점도 문제려니와 유독「가스」를 뽑아내기 위한 환풍기를 설치한 것이 사고가 난지 8시간 후였다니 평소 사고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 허술했는지를 알 수 있다.
년전 상공부 통계에 의하면 광산재해는 해마다 늘어나 그로 인한 사망자만 해도 72년 1백87명이 75년엔 2백70명으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석탄 1백만t을 캐내는데 따른 사망자가 일본·서독·영국 등에서는 각각 1·4명, 0·4명, 0·6명밖에 안 되는데 비해 우리 나라는 무려 12·2명이나 된다는 사실에서도 석탄노동자들이 얼마나 원시적인 악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국민 모두가 알아야할 것이다.
석탄광업의 경영상 어려운 사정을 짐작 못하는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명의 희생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를 수수방관만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탄광은 물론 모든 업체가 귀중한 인명과 직결되는 안전시설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관리비용을 아끼고, 기업의 채산성과 원가절감 때문에 산재를 경시하는 반인도적 풍조를 없애는 것이 선결과제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는 안전관리의 개선을 위해 법제면과 행정면에서 기업에 강력히 개입해야하고 피해당사자들 또한 법률구조제도 등을 통한 자구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산재보험의 확대, 산업안전에 관한 입법 등 모든 방법을 통해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함은 문명국가의 체모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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