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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가 안정에 최우선"|휴일없는 경제부처들|경제부처·상가·기업들의 표정|은행·단자선 예금인출 사태 없어 안도|상가, 거래 뜸해 일찍 문닫고 뉴스관심|기업들 비상근무로 생산독려에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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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2면

박대통령의 서거라는 엄청난 충격때문에 아직은 모두가 망연자실 상태이나 앞으로 경제활동이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해 모두가 불안해 하고 있다. 신현확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장관들은 27일 황망한 가운데서도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합동기자회견을 한데 이어 28일 일요일에도 정상근무를 하면서 생필품의 안정공급과 거래질서보장을 위한 여러 조처를 점검하고 있고 경제단체나 기업들도 간부들이 대부분 출근, 사태의 추이를 검토하고 있다.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일요일에도 정상근무를 하고 있다. 시장동향은 쌀·연탄 등에 대한 수요가 다소 늘뿐 전반적으로 거래가 주춤한 상태다. 경제계에선 앞으로의 사태에 상당히 불안해 하면서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것이며 시중유동자금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에 대해 큰 관심을 쏟고있다. 그러나 어떻든 사태가 하루빨리 정상화되어 정상적인 경제질서가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경제부처·상가·기업들의 표정은 다음과 같다.

<국장 예산 등 점검|기획원>
경제기획원은 엄청난 충격속에서도 국민의 불안감 해소, 경제적 혼란을 막기위해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에도 전 공무원이 출근,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 부총리는 27일 상오 경제안정에 관한 경제장관 합동회견을 통해 정부의 경제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
어어 상오 10시30분과 11시30분에는 각각 경제 5단체장과 노조대표들을 불러 경제안정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일요일인 28일 물가국은 직원들을 시장에 내보내 생필품의 거래·가격동향을 점검하는 한편 미각·석탄의 재고를 확인하느라 전 직원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진설 물가국장은 『생필품의 수급·가격이 평시와 다름없이 정상으로 돌아가고있다』고 설명하고 쌀은 정부 보유량이 2백20만 섬이 있는데다 수?기여서 일반미 공급이 늘고 있는 만큼 염려할 필요가 없으며 석탄도 재고가 5백만t에 달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월요일에는 지역별 점검을 위해 물가대책실무소위를 열어 전국의 물자수급상황을 점검할 계획.
예산국은 고 박 대통령의 국장에 따른 예비 비지출과 계엄선포에 따른 비용지출 등을 위해 토요일과 일요일 관계자들이 계속 회합을 갖고 있다.
국장비용 등온 예비비에서 지출된다.
조달청도 물자 비축상황, 소금 우지 등 생필품의 방출상황 등을 점검중.

<정상업무 강력 지시|재무부>
재무부는 시국이 불안할 때 나타나기 쉬운 예금의 인출 또는 외환매입 소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무척 걱정.
그래서 27일 박 대통령 서거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 후 김원기 재무부 장관은 긴급 간부회의를 가진데 이어 은행집회소에서 금융·증권·보험 등 산하기관장 회의를 소집하고 둥요없는 정상업무를 강력히 지시.
이재국쪽에서는 각 극융기관을 통해 혹시 예금인출 사태가 생기지 않을까 「체크」했는데 평시와 다름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증권시장에서 매물이 쏟아지고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데 대해 증권당국에서는 충격 「뉴스」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하면서도 파급영향이 너무 크지 않을까 우려했다.

<연말통화조절 걱정|금융가>
금융계는 27일 상오 10시 김원기 재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은행장 회의를 열고 「예금인출속결」 등 일체의 비상대책 없이 정상적인 예대업무를 계속 유지키로 다짐했으나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은행장들은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들.
각 은행의 창구는 예금 인출사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와는 달리 다행히 평상시와 같은 분위기였으나 당분간은 다소간의 예금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신병현 한은 총재는 이날 은행장 회의에 앞서 아침 일찍 출근, 임원회의를 소집하고 11월7일부터 실시키로 했던 통화안정증권 발행을 당분간 보류하겠다고 밝히고 이번 사태에 따라 미칠 통화정책의 충격을 최대한으로 줄여나가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정치적 불안이 통화정책의 최대 적』이라고 말해 온 한 한은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따른 정치·사회적인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당초의 긴축의지에 더 큰 흠집을 내지않을 수 없게 됐다면서 연말 통화조절이 더 어럽게 됐다고 우려했다.

<돈 빌기 쉬워질까|단자시장>
단자시장에서는 영업시간 개시를 기다려 몇몇 사람이 예금을 찾아갔으나 「라디오」방송을 듣고 달려나와 꼭두새벽부터 대량 인출사태의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던 단자회사 간부들은 인출 요구가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고 안도의 한숨.
일부 관계자들은 오히려 이번 사태로 긴축이 더 완화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하면서 이에 따라 기업의 돈 얻어쓰기는 더 쉬워지지 않겠느냐고 점치기도.
암「달러」 시장은 이날 민감한 반응을 보여 26일 5만7천5백윈(1백「달러」짜리)으로 금년 최고 시세를 보인데 이어 하룻사이에 다시 2백원이 올라 5만7천7백원의 시세를 형성했으나 『사자』는 사람만 있었지 『팔자』는 측이 없어 당분간 오름세를 계속할 것으로 암「달러」상들은 내다보고 있다.

<줄어든 사채 공급량|사채시장>
사채시장은 급작스런 충격을 소화하지 못한 채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어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정국이 안정될때까지는 이같은 공급부족상태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사채를 쓰고 있는 기업들은 심리적인 불안때문에 한꺼번에 어음이 돌아오지나 않을까 매우 걱정올 하고있다.
특히 타입대에 의존하고 있는 일부 기업에서는 거래은행에 『아무런 특이사항이 없음』을 확인하면서도 앞으로의 사태추이에 신경올 곤두세우고 있다.

<육류 등 출하독려|농수산부>
농수산부는 27일 정부미룰 무제한 방출토록 시달한데 이어 관계직원들이 서초동 양곡 도매시장, 시중 양곡상에 나가 거래상황을 점검하고 있으며 이밖에 농협·축진 등에 육류·야채류의 수급상황을 조사, 출하물량을 늘리도록 독려하고 있다.

<생산「스케줄」조정|경제계>
28일 삼성·대우·「럭키」· 현대 둥 대부분의 기업들은 일요일인데도 대부분이 평소와 같이 출근하여 사태점검을 하고있다.
각 기업들은 평소에 마련된 비상체제를 더욱 보강하는 등 비상근무태세확립과 생산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각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 독려반을 편성하고 직원들에 대한 흥보활동을 강화, 동요없이 근무에 열중하도록 지시했다.
27일에는 각 기업체의 해외지점망과 「바이어」들을 통한 한국 사태의 문의전화·「텔렉스」 등으로 혼잡을 이루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업체들이 한국의 경제활동과 현기조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회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각 기업들은 각 생산시설의 경비강화, 통금시간 조정에 따른 생산「스케즐」의 변경, 비상 자금대책마련 등 비상근무태세에 임하도록 지시했으며 영업활동은 평소와 다름없이 하도록 지시했다.

<단체장 등 정상출근|경제단체>
28일 대한상의·전경련·무협 등 경제단체들은 단체장·임원들과 각 부서장들이 평일과 같이 출근, 집무에 들어갔다.
경제 단체장들은 27일 상오 10시30분쯤 신현확 부총리를 기획원에서 만나 박정희 대통령 서거 소식과 앞으로 경제안정을 위한 대책 ??? 협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신 부총리는 이런 시국일수록 경제인들이 합심, 국민생활에 지장을 주지않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 상의는 이날 89개 지방사무소를 통해 『각 업체는 국민 생필품의 안정공급, 노사협조, 물가진정 등을 통해 안정에 최선을 다하라』는 전문을 보냈으며 28일에는 물가부 직원를 모두가 정상 출근해 각 조사원들로부터 물가시세 변동상황을 일일이 「체크」하기로 했다.
무역협회는 27일 상오 11시30분쯤 기획원에서 돌아온 박충훈 회장을 중심으로 긴급회장단 회의를 열고 각 기업체들이 시국에 의연히 대처, 수출증대에 계속 매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외 전경련, 중소기업, 경영자 협회 등도 각 회원사를 중심으로 경제안정에 주력해 달라는 정부의 뜻을 전했다.

<손님발길 뜸해져|상가>
박 대통령 서거와 비상 계엄소식이 전해진 백화점·시장·상가 등은 거래가 30∼50%쯤 뚝 떨어지고 금 도매값이 돈쭝(3·75g)당 6백원이 뛰었다.
상품 가운데 생필품 등울 제외한 의류·화장품·여성용품 등이 예민한 반응을 보여 고객이 줄고 상인들은 대부분 영업시간을 단축, 평소보다 30분∼2시간 일찍 문을 닫았다.
10윌의 마지막 토요일을 맞아 대목을 노렸던 유명 백화점들의 경우 한결같이 30%정도 고객이 떨어졌다.
신세계는 27일 직원중 집 먼 사람은 일찍 퇴근시켰으며 미도파·「코스모스」는 폐점시간을 30분 단축, 7시에 문을 닫았다. 미도파는 신장 기념으로 종업원들의 가슴에 달았던 장미「리번」을 떼었다.
한 화장품 「코너」 주인은 다른 토요일 하오같으면 고객이 잔뜩 둘러 혼잡을 빚었을텐데 고객이 갑자기 절반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여성 「핸드백」 전문 매점인 S상회의 경우도 점포정리를 위해 40% 할인하고 있어 평일에 고객이 붐볐으나 이날은 아침부터 종일 한산했다고 밝혔다.
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고객이 크게 떨어지자 상인들은 신문을 보거나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듣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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