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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로 다시 개화한 「백제의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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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청풍명월의 고도 공주에 1천3백년전의 찬란했던 백제문화가 생생히 재현됐다. 찬연한 백제예혼을 면면히 이어 교육·문화도시가 된 공주지역 주민들이 향토문화의 「르네상스」를 외치며 소담하게 펼친 제25회 백제문화제-.

<일본서도 관람객들 참석>
가장 연륜이 높은 향토민속제전중의 하나인 백제문화제는 4반세기동안 가꾸고 다듬어온 백제유민들의 뜨거운 정성을 모아 휠휠 타오르는 제화를 밝히면서 위대한 옛조상들의 얼과 슬기를 한껏 꽃피웠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계속된 이번 백제문화제는 제전·예술행사·민속놀이·축제등으로 나뉘어 총1만4천명이 출연, 백제왕조의 위업을 오늘에 이어 민족의 영광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39개 종목의 갖가지 행사를 펼쳤다. 공주읍 좁은 시가에 밤낮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백제문화제를 지켜본 관람자 수는 연70만명.
온 지역사회가 한덩어리가 되어 「내용의 충실화」 「고증의 충실화」 「규모의 확충화」를 기한 이번 백제문화제는 백제문화권 개발을 기대하는 주민들의 뜨거운 협조로 그 어느때보다도 토착성 어린 향토문화제의 체취를 풍겨주었다.
관·학생 주도제를 지양하고 민간중심으로 진행한 제25회 백제문화제는 전국 관광회사에 홍보책자를 보내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고 멀리 공주읍과 자매결연을 한 일본 「구마모또·껜」「기꾸스이」 읍 (웅본현국수정)의 주민대표 40여명을 초청, 관람게 함으로써 이번 행사를 더욱 다채롭게했다.
공주백제문화선양위원회(위원장 정연달공주군수)가 1천2백만원(도비 6백만원, 군비 6백만원)을 들여 문화제기간중 펼친 중요행사는 「백제문화가장행렬」 , 「9개군 농악대희」 , 「도내여성한글백일장」 , 「불신도 탑돌이」 , 「길무」 , 「머슴 호미씻기」 , 「강강수월래 군무」 등이다. 온 시가에 청사초롱의 축등이 점화되면서 전야제 막이 오른 이번 백제문화제는 무령왕릉에서 거행된 사왕추모제에 이어 공산성 잔디밭의 서막식의 성화가 타오르면서 화려한 등정에 올랐다.
제전의 「하이라이트」는 13일 하오 공주고등학교∼중동네거리까지 펼쳐진 「백제문화 대가장행렬」-.
읍내 10개 중·고교와 3개 대학, 동학사 비구니, 농악대등 3천여명이 참가한 이 가장행렬은 31대 6백60년동안 백제왕조가 이룬 찬란한 위업들을 징검다리식으로 이어 재현해 보임으로써 연도를 메운 관람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16관등의 관복을 차려입은 신하들을 거느린 온조왕 (봉황중학) , 근초고왕 (북중) , 침류왕 (공주여중) , 문주왕 (공주중학) , 무령왕(공주여고), 성왕(공주농고)등이 각기 문무의 치적을 자랑하며 거리를 행진해 나갔다.

<왕인박사 따르는 일인들>
근초고왕 행렬에는 『논어』와 『천자문』 등을 든 왕인박사와 백제의 학자들이 따르고 뒤에는 나막신을 신은 일본인들이 백제로부터 문화의 깨우침을 받은데 대해 감사하며 뒤따랐다.
백제의 불교 전래모습을 보여준 공주여중 가장행렬은 대형 불상과 서산마애삼존불상을 모신데이어 50여명의 동학사 여승들과 평민들이 뒤따랐고 무령왕 행차에는 71년 무령왕릉에서 출토됐던 12점의 국보급 유물 모형도를 든 시녀들이 행진했다.
16관등의 관복과 근위병들의 복식은 안승주교수(공주사대)가 당시 중국에 파견됐던 백제복사의 복장과 만주 무용총 수렵도에 나오는 무사의 복장을 통해 고증했다.
금새 달러나갈듯 앞발을 높이 쳐든 백마를 탄 용맹스런 계백장군의 출진행렬(공주고)과 마동으로 신라 선화공주를 꾀어낸 무왕의 어린시절을 그린 마동왕자행차(공주 영명고)에서 당시 놀이로 지금까지 전해 내려온 「제기차기」를 흥겹게 벌이며 뒤따르는 동자들의 행렬도 아주 이채로왔다.
이밖에 어의행렬(공주간호대)과 백제의 대표적 건축물인 부여 5층석탑을 뒤에 거느린 왕세자 행렬(공주사대부고)은 사치와 방종에 흘러 비운의 망국한을 되씹게 했던 백제의 종말을 보여줘 관람하는 백제유민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여성 한글백일장도 열어>
이번 백제문화제에서 펼쳐진 민속놀이중 가장 향토색이 짙었던 놀이는 2백여명의 공주교대 학생들이 보여준 「머슴호미씻기」.
현재도 계룡면 지방에서 전승돼오고 있는 이 놀이는 바쁜 일손을 멈춘 음력 7월 보름께 그해 농사를 제일 잘 지은 상머슴을 뽑아 소에 태우고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농악과 춤을 추며 논이나 마을을 도는 세시풍속의 고유 민속놀이다.
부녀들로만 구성된 장기면 농악대와 아기를 데리고 나온 어머니들 1백여명이 참가한 여성한글백일장은 백제여성 후예들의 훌륭한 예혼을 펼쳐 보인 제전이기도 했다.
최근 무령왕릉 근처에 세우려던 조페공사 공장건립이 백지화되면서 들끓었던 공주군민들의 울분도 『백제문화 빛내어 새 공주 건설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번 백제문화제를 계기로 보다 원대한 문화계발의 부푼 기대속에 차분히 가라앉았다.
군단위 문화제로는 가장 규모와 내용이 알찬 백제문화제는 지난해까지 공주·부여에서 동시 펼쳐지던 것을 올해부터는 격년제로 행사를 맡도록 했지만 제전의 충실화를 더욱 기하기 위해서는 지방재정의 보다 많은 행사예산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게 한결같은 주민들의 바람이다.
글=이 은 윤 기자 사진=최 재 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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