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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S(신공업국가군)와 그 주변|"고기술산업 일으켜 선진대열에 뛰어들겠다"|「싱가포르」의 기술개발 전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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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는 중국인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싱가포르」인이다』(We are Chinese. But we are Singapolian.)
이광요 「싱가포르」수상이 등소평 중공부수상에게 한 말이다.
78년 11월 등소평이 월남사태를 계기로 동남아각국을 순방할 때 「싱가포르」에 들러 이 수상에게 같은 한족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등에게 응수한 이 수상의 말은 지금도 명답 중의 명답으로 남아 있다. 「싱가포르」의 의지를 표현한 말로서-.
「아시아」에서 가장 작으면서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 「싱가포르」-.

<동서길목…무역·금융센터>
「아시아」의 십자로에서 무역항고 금융「센터」로서뿐 아니라 독특한 산업기술을 개발·축적하여 NICS(신생공업국가군)로부터 또 한번의 비약을 다짐하고 있다.
고임금정책을 통한 산업 구조의 전환을 도모함으로써 80년대의 지속적인 성장을 실현하겠다는 신임금「가이드·라인」설정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년초 이광요 수상은 신경제정책(New Economic Policy)을 발표했다.
산업의 자동화·고기술산업으로의 이행을 단행해야만 80년대의 번영을 기약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대폭적인 임금인상을 하도록 기업들에 권고한다는 내용이었다.
『충격이 크면 다시 조정하겠다』는 단서도 잊지 않았다.
이를 받아 NWC(National Wage Council=국가임금협의회)는 79∼80년의 임금인상「가이드·라인」을 종전의 12「싱가포르·달러」+6%에서 32「싱가포르·달러」+7%를 제시했다(1 미「달러」=2.10「싱가포르·달러」).
그래서 누구나 32「S·달러」(한화 약 8천원)이상 임금이 올라갔다.
평균 약 20%의 임금인상이었다.
앞으로 몇 년간 계속될 예정으로 있는 이 고임금정책의 목적을 「고촉통」무역산업상이 최근「싱가포르」기업협회에서 설명한 말을 빌기로 한다. 『새로운 10년간에 제2의 산업혁명을 기하겠다. 이는 고도산업·고부가가치·고생산성을 유도하는 기술개발로써 가능하다. 우리는 외국의 기술을 우리체질에 맞도록 소화시켜야 하며, 따라서 저위의 노동력은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코스트·푸시」요인을 제거>
고임금이 「코스트·푸시」현상을 일으켜 「인플레」를 자극할 우려가 있지 않느냐하는 의문이 떠오를지 모른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임금인상조정책은 임금이 그대로 통화팽창 요인이 되거나 소비수요를 자극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임금인상분의 35%(고용주·근로자 각 17.5%)를 CPF(Central Provident Fund=중앙복지기금)에 떼어 넣어 주택개발·의료보험·퇴직금에 충당하여 소득재분배에 활용한다.
그리고 고용주부담분에서는 7월부터 2%의 SDF(Skills Development Fund=기술발전기금)를 징수하여 기술훈련비·직업전환비로 충당하고 있다.
거기에는 매년 인접국가에서 유입해오는 약 2만명의 단순 노동력을 배제하고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자는 뜻도 있다.

<자급할 수 있는 것은 달걀뿐>
임금은 올려주되 상당 부분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임금관리제도인 셈이다.
그렇게 해서 「싱가포르」가 일으키려는 산업은 항공기·「카메라」·시계·전자 등 정밀공업·석유화학·조선 등 중화학공업분야다.
『우리가 자급할 수 있는 것은 닭·달걀·돼지고기뿐이다』(「왕캉타이」「싱가포르」경제개발위 아주담당)라는 「싱가포르」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할 때 그들의 목표설정은 당연하고도 타당한 것이다.
또 실제로 「싱가포르」의 투자환경은 그럴만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만하다.
「말레이지아」「인도네시아」등 동남아자원보유국에 둘러싸인 지리적 잇점에다 10년전에 불과 10억「달러」이던 「아시안·달러」가 지금은 2백50억「달러」규모로 늘어날만큼 자금 「파이프」도 굵직하다.

<숙련공 월급 아직은 10만원>
국가공용어에 영어가 들어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같은 여건이면 종업원들이 영어를 할 줄 아는 곳이 외국투자가에게는 매력일테니까.
실제로 한국과 「싱가포르」를 놓고 어느 나라에 진출할까 망설이던 선진국의 한 정밀기기업체가 같은 값이면 종업원이 영어를 잘 알아듣는 「싱가포르」를 선택한 일도 있다는 것이다.
고임금이라고 하지만, 「싱가포르」의 임금수준은 숙련공(기계·전자조립공)이 월 10만원선 (한화) 반숙련공이 5만8천원선, 단순노동자는 4만원선이므로 주변국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지 외국투자가에겐 임금수준도 아직 큰 문제가 안된다.
서독의 유명한 「롤라이·카메라」가 「싱가포르」에 진출한 이후, 본국의 공장은 폐쇄해버리고 4천명의 고용원으로 하여금 서독제와 품질이 똑같은 「메이드·인·싱가포르」「롤라이·카메라」를 만들어 낸다는 예증을 들면 「싱가포르」의 저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기반 없어도 생활안정>
농업이 거의 없는 나라-농수산업의 GNP 기여도가 단 1%인 반면 무역이 26%, 제조업이 22%,2교통·통신이 17%, 금융·상업이 14%를 차지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특성은 외국인에게 좋은 투자여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농업기반이 없어 식료품값이 무척 비쌀 것 같지만 쌀·육류는 정부의 완전통제아래 있어 국민이 기본생활을 영위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다.
나머지 식료품도 수입을 개방하여 세계의 값싼 식료품을 선별, 수입합으로써 가격안정을 실현시키고 있다.
이처럼 「싱가포르」는 NICS로부터의 약진을 노리고 있는 『「아시아」의 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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