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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 원재료비 335원 … 여기는 1000원, 저기는 600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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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대충 해결하고 커피는 맛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상가마다 ‘커피족’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전문점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많은 점포가 경쟁하는 구조에서도 커피 가격은 떨어질 줄 모른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이런 가운데 한 소비자단체가 천안·아산 지역 커피숍의 커피 가격을 조사해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 동네 커피 가격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강태우 기자

천안시 쌍용동에 사는 직장인 김상범(34)씨는 점심시간이면 간단히 식사를 하고 동네 커피숍을 즐겨 찾는다. 오전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와 조급해진 마음을 커피 한 잔의 여유로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일상에 익숙해져 있다. 오후에도 짬을 내 테이크아웃 커피를 자주 마신다. 하루 평균 두 잔 이상,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데 일주일이면 평균 4만원 이상 쓴다.

112곳 커피 6종, 빙수 2종 가격 조사

김씨처럼 분식집이나 저렴한 식당에서 조촐하게 식사하는 대신 커피전문점에서는 점심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다. 거리에서 커피를 손에 들고 다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커피전문점이 없는 상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커피숍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치열한 경쟁을 벌일 만한 데도 커피 가격은 여전히 부담이다. 비싸지만 좋아하는 커피를 즐겨 마시는 매니어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도 불만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커피 가격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비싸지만 어쩔 수 없이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충남지회(이하 한소연)가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만과 커피 가격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천안·아산 지역 커피숍에서 파는 커피와 빙수 가격을 조사했다. 한소연은 천안 58곳과 아산 54곳 등 총 112곳을 대상으로 호텔 커피숍, 프랜차이즈, 일반 커피숍, 대학가 커피숍 네 가지 유형을 정해 가장 많이 판매되는 커피 6종(아메리카노·캐러멜마키아토·카페모카·카페라테·바닐라라테·캐러멜라테)과 빙수 2종(팥·과일)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의뢰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눈에 띄는 차이점을 발견했다.

 커피숍에 따라 따뜻한 커피의 경우 아메리카노가 최고가 6000원과 최저가 1000원으로 무려 6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캐러멜마키아토(최고 6000원, 최저 2500원) 2.4배, 카페모카(최고 6500원, 최저 2500원) 2.6배, 카페라테(최고 7000원, 최저 2000원) 3.5배, 바닐라라테(최고 6500원, 최저 2300원) 2.82배, 캐러멜라테(최고 5400원, 최저 2300원) 2.34배 차이가 났다.

 여름철 즐겨 마시는 아이스 커피는 아메리카노 4.66배, 캐러멜마키아토 2.16배, 카페모카 2.33배, 카페라테 2.6배, 바닐라라테 2.5배, 캐러멜라테 1.96배 편차를 보였다. 커피 평균가는 아메리카노 3135원, 아이스 아메리카노 3445원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따뜻한 커피에 비해 310원 비쌌다. 이 밖에 캐러멜마키아토의 평균 가격은 4208원, 카페모카는 4191원, 바닐라라테는 4062원, 캐러멜라테는 3897원, 카페라테는 3763원 순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인기 메뉴인 빙수의 가격도 편차가 심했다. 팥빙수 최고가는 1만1000원인 데 비해 최저가는 3000원으로 3.66배 차이를 보였고, 과일빙수는 최고가 1만1800원에 최저가 4000원으로 2.95배 편차가 났다. 전체 빙수의 평균가는 팥빙수 7313원, 과일빙수 8081원으로 조사됐다. 유형별로 호텔이 대학가보다 2.8배 비싼 것으로 조사됐고, 프랜차이즈보다는 일반 커피전문점이 저렴했다. 지역별로는 천안이 아산에 비해 평균 5%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이 아산보다 비싸 

원재료비를 분석한 결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메리카노의 원재료비는 334.7원, 캐러멜마키아토는 1293.4원으로 나타났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8900원의 팥빙수 원재료비는 2397원, 판매가 9800원인 베리빙수는 원재료비가 2269원이었다. 아메리카노의 원재료비는 수입 원두의 평균가격, 빙수는 체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의 원재료비를 비교했다.

 건물에 입주한 업체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지만 원재료비와 판매가만 따져볼 때 일반적으로 가격 인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한소연의 설명이다. 박수경 한소연 충남지회 사무국장은 “커피전문점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물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자율적인 의사에만 기대하기보다 정부·소비자·사업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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