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식 저 『오토피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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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물의 본질 필연적 관계를 현상학에서는 저초(Fundierung)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예컨대 어떤 사물이 갖는 의미의 전체와 부분, 그리고 각 부분사이의 관계, 또는 의식의 각 단계사이의 관계 등이 그런 것이다.
경희대 조영식 총장의 저서 『오토피아』를 읽고 문득 이러한 본질필연관계의 논리를 상기해 보았다.
그는 자유의 본질과 현상사이, 그리고 현대문명의 과거·현재·미래의 향방을 규정지은 의미연관사이에 이런 본질 필연적인 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건실하고 밝은 미래의 세계상을 『오토피아』라는 조어로써 형상화하고 있다.
이 말의 어원을 굳이 풀이하자면 영어의 「당위」(Ought)와 희랍어의(ou-topos)인 듯 싶은데, 이러한 세계상의 구상까지에 이르는 과정에서 동서고금의 석학들에 의한 자유론과 실재론 등의 골격을 소화하고, 그 자신의 독특한 전승화이론을 이러한 본질 필연적인 저초개념으로 뒷받침했다.
소망스러운 사회, 소망을 걸 수 있는 사회, 마땅히 있어야 할 밝은 인류문명의 장래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 정독할 만한 가치가 있는 교양서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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