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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2기」 맞은 중공|모택동 사상에서 실생활 개선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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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택원기자】지난 1일 중공정권수립 30주년을 맞아 북경지도층이 선언한 이른바 신 중국공산당선언은 모택동 주도하의 혁명시대가 완료되고 금세기 내에 부강대국으로 등장하기 위한 「경제대장정」시대에 들어서고 있음을 공표한 것이다.
30주년 기념식에 앞서 사흘동안 열린 제11기 중앙위 제4차 전원회의에서는 ▲모가 신이 아닌 인간이며 ▲모 어록을 배격하고 실사구시를 규범으로 하고 ▲투쟁보다는 안정과 현대화 우선이라는 당 노선이 확정됐다.
이 회의는 또 모택동의 초기업적만 찬양해놓고 ▲50년대 말의 우파박해 ▲60년대 후반의 문화혁명 ▲50년대의 대약진운동 등을 모택동이 범한 3대 오류라고 규정함으로써 오류가 없다는 모를 격하하고 실용노선을 추구하며 박해를 받아온 우파의 숨통을 터놓았다.
지난해 12월 삼중전회에서 지도권을 확립했던 화국봉-등소평 체제는 지난 6월 제5기 전인대에서 왕동흥 등 좌파의 도전을 분쇄하여 본격적인 경제건설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확보, 이번에 이를 당 기구를 통해 공식화한 셈이다.
이는 중공의 새 진로를 명백히 제시한 것으로 등소평에 의해 추진되어온 4개 현대화 작업을 뒷받침하면서 과거 노선투쟁에서 숙청됐던 유소기 등의 복권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논리상 당연한 귀결이다.
1921년 중공당창설 이후 국민당과의 투쟁으로 다져진 「혁명1기」등은 49년의 중공정권수립발판을 마련하고 한국전쟁참전·대약진운동·문학혁명을 거쳐 4인조시대를 끝으로 그 역할을 끝냈다.
모의 종말은 56년「흐루시초프」소련수상에 의해 격화됐던 「스탈린」의 경우와 유사성을 보이고있다.
당시 모는 「흐」의 대미해빙을 비난하고 대약진운동과 인민공사운동 등 자력갱생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그런 모도 미·일과의 관계개선의 기반을 다지는데 기여했고, 그 기반 위에 그의 후계자들이 대미·대일 수교에 이어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에 역사적 「아이러니」를 느낄 만하다.
군사나 노동에 대해 모는 사상적 자극을 우위로 내세웠으나 실용노선에서는 현대적 병기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근로소득을 현대화에 대한 기여도에 직접 연결시킴으로써 물질적 자극을 강조하고 있다.
북경의 「호텔」마다 상담을 벌이러온 일본·미국·「유럽」등지의 실업인이 들끓고 중공의 무역사절단이 세계를 누비는 변모는 20년 안으로 중공을 「세계의 강국」으로 등장시키려는 서막을 이루는 광경인 것 같다.
문혁 당시 오직 정치이념의 교육장으로 화했던 대학들이 이제는 현대화의 주역이 될 기술자·과학자·경제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으며 공산주의에서 금기로 치는 자본주의 경제이념까지 도입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중공은 고립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모의 교리를 뒤집어 「세계 속의 중공」으로 자세를 바로 잡는 중공의 새 진로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대립을 종식시켜 안정이 마련될 경우 비약적 증산이 거듭되는 1차 상품과 석유·석탄 등 풍부한 자연자원, 그리고 9억명의 인력자원을 갖고있는 중공의 정치·경제·군사의 대국화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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