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권 정비법의 구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장기적인 안목을 결한 빈번한 도시재개발사업 때문에 시민이 입은 재산상 피해나 생활의 불편 또는 국민경제적 손실이 얼마나 큰 것이었던가는 우리가 익히 경험해온 것이다.
그 대표적인 일례로 서울 강남지역 일대의 무질서한 개발을 보면 알 것이다. 이곳은 불과 몇 년전 까지만 해도 허허 벌판이었다. 서두르지만 않았었다면 이땅에 세계적인 명성을 띨칠 도시계획을 구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벌써부터 많은 사람에 의해 거론되고 있지 아니한가. 대도시와 그 주변지역 일대를 하나로 묶은 지역개발 문제는 이런 관점에서 매우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대도시가 날로 주변지역을 삼켜가면서 확산되고 있는터에 대도시권역의 토지이용과 개발·산업배치 등에 있어 좀더 합리적이고 장기적·종합적인「마스터·플랜」이 아직껏 수립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당국의 크나큰 불찰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최근 서울·부산·대구와 그 주변지역 정비를 위한「대도시권정비법」을 제정키로 한 것은 뒤늦은감이 있으나 환영할만한 일이다.
지금까지 도시계획정책은 단위 도시별 개발과 정비에만 치우쳐 도시간 또는 도시권역내의 균형있는 발전에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았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이미 수도권·중부권등으로 나누어 지역별 개발정비법을 제정, 시행한지 오래 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구상중에 있는 대도시권 정비법안은 이들 선진국들의 선례를 참조해야 할것은 물론이나, 공해·교통문제등 모든 영역에서 많은 새로운 문제를 알게된 우리의 특수한 실정을 감안해서 보다 빈틈없는 연구와 손질이 가해져야 할 것이다.
우선 법안은 1차적으로 3대도시권을, 그리고 나머지 주요대도시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대도시부터 점차적으로 주변지역을 묶어 대도시 권역으로 설정, 광역적인 차원에서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여 토지이용의 합리화, 인구 및 산업의 적정배치, 사회간접자본의 합리적 배분등을 기하는데 취지를 두고 있다.
도시계획법·도시재개발법등 기존법률이 대체로 단위도시에 관한 법률이기 때문에 이보다 상위법을 제정, 국토의 종합적·효율적 이용의 제고를 위한 새법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같은 취지자체에는 이의가 있을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 전제가 되고있는 몇가지 현실적인 여건에 대해 보다 사려 깊은 검토를 거쳐야할 문제가 내포돼 있다는 것을 또한 외면할 수 없다.
첫째 기존 도시계획이나 도시재개발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고러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동안 관계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해놓은 여러 국토이용계획·도시계획 및 도시재개발 계획등과의 조정을 어떻게 할것인가 하는 문제다.
새로운 법제정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계획등이 대도시권 정비계획과 크게 상충된다면 이로인한 국민경제적 손실은 막중한것이 될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실례는 빈번한 도시계획의 변경, 재정비 계획등의 집행에 따라 너무도 많은 선의의 피해를 안겨주었던 것을 상기해야할 것이다.
다음은「대도시권역재정비」라는 새로운 업무에 수반될 행정력의 지나친 비대화에 따른 문제다. 행정재량권의 소지를 많이 남겨들수록 법의 형평한 집행을 어렵게 할 우려를 남기는 것이다.
새로운 법제정으로 지정될 시가지개발예정지역·연지보전지역의 범위나대 도시과밀인구 소산책으로 학교·백화점등 시설이전명령권을서울시·부산시장, 도지사등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부여토륵 법정할것과 관련, 국민의 재산권보호의 견지에서 조금도 소홀함이 없도록 세부사항까지 명분화함으로써 입법취지에서 괴리되는 법운용이 자행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어쨌든 대도시권정비법안은 고차원적 국토의 효율적 이용에 관한 법률이기 때문에 성급하게 처리하는 것보다 좀더 충분한 연구검토가 필요함을 강조해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