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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부하들이 총에 맞았는데 장교가 현장 떠난 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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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달 21일 동부전선 22사단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건 당시 지휘를 맡았어야 할 소초장 강모 중위가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본부 중앙수사단은 그제 강 중위에 대해 사건 직후 인접 소초의 지원을 요청한다는 이유로 현장을 벗어난 혐의(특수군무이탈) 등으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군 형법 31조는 특수군무 이탈과 관련해 ‘위험하거나 중요한 임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배치지 또는 직무를 이탈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시일 경우 최대 사형, 평시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강 중위의 사건 당시 행동은 우리 군의 모럴해저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부하 부대원들이 임 병장의 총탄에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지는 와중에 지휘관이 자리를 비우는 군대가 실제 전투 상황이었으면 어떠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병사들과 밤낮으로 함께 부대끼는 초급 장교의 정신 상태가 이럴진대 전투 상황이 생기면 누가 앞장을 서겠는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승객들을 놔두고 탈출한 선장과 같은 행동이 군에서, 그것도 최전방에서 일어났다니 말문이 턱 막힐 뿐이다. 우리 군의 중추인 장교들 사이에 그저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된다는 무사 안일의 보신주의와 관료주의가 만연해 있지 않은지 우려스럽다. 단기 복무 중인 강 중위는 9월에 전역할 예정이었다.

 장교의 솔선수범과 희생정신은 군의 생명줄이다. 군 기강이나 사기, 강한 군대는 거기에서 출발한다. 장교들의 사명감과 헌신은 군인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게 만드는 근원적인 힘이기도 하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우리 군은 수많은 위기 속에서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다. 군 간부들은 호국의 간성을 맹세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군 당국은 이번 GOP 총기난사 사건을 장병 정신교육 강화의 계기로도 삼길 바란다. 국민들이 발 뻗고 잘 수 있는 믿음직한 군으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