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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차량의 정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안심하고 차를 탈 수도 마음놓고 길을 거닐 수도 없다는 한탄이 저절로 나온다. 「살인흉기」로 변한 난폭차량들이 언제 어디서 뛰어들지 알 수 없다.
근자에도 횡단보도에서, 그것도 교통순찰원의 지시에 따라 길을 건너던 시민들이 「브fp0이크」고장을 일으킨 시내「버스」에 받혀 6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에 잇달아 이번에는 또 과속자적차에서 튕겨나온 앞바퀴에 맞아 4명의 어린이가 죽거나 크게 다쳤다.
하긴 교통사고에 관한 한 한국은 발생건수에 있어서나 사망률·부상율에 있어 단언 세계에서 으뜸가는 「전과왕국」의 오명을 뒤집어 쓴지 이미 오래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 볼때 일본이 자동차 1만여당 사망자가 3.7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백70.5명으로 무려 46배나 되고, 자동차 l백대당 사고건수도 일본의 19.3배, 도로연장 1km당 사고건수도 3.5배나 되는 기록이다.
더우기 전체 안전사고의 85%이상을 차지하는 교통사고는 자동차보유호수가 늘어남에 따라 해마다 배가, 작년엔 4천7백9명의 인명을 앗아갔고 올해는 상반기에만도 벌써 작년보다34%가 늘어나 하루 평균 16명씩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같은 교통사고의 요인은 과속운행 음주운전 차선위반 무면허운전 차도무단힁단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한마디로 말해 차량구조 자체의 형식승인과정에서부터의 부실과 정비조차 제대로 하지않은 고물차량들이 운전기술조차 미숙한 기사들에 의해 과속으로 운행되는데 있는 것이다.
「버스」나 「트럭」같은 대형차량의 과속운전이 빚어내는 사고는 으례 치명적인 것이기 때문에 특히「달리는 흉기」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자주 얘기되는 것이지만 구미제국에선 대형차가 승용차와 선두경쟁을 하거나 추월차선을 달리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들이 안 다니는 심야나 고속도로에서조차 이런 수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그들의 안전에 대한 체질화된 인식이 부러울 뿐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차체와 부품부터 엉터리인 차량이 엉터리정비를 받은 채 기술도 엉터리인 운전사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데도 사고율이 그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다할 정도다.
아무데서나 마구 길을 건너는 보행자의 과실에도 물론 문제가 있겠지만 대형차를 몰면서 도심에서조차 과속으로 달리는 운전기사의 「매너」는 흉기를 휘두르는 포막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간헐적으로 교통안전「캠페인」을 벌이고 특히 9,10월은 「교통사고 예방의 달」 로 정해, 계몽과 단속을 펴고 있지만 사고는 즐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지 아니한가.
이것은 안전수칙을 준수해야겠다는 인식이 뭇 운전자들 간에 뿌리를 내리기 전에는, 다시 말해 교통경찰의 눈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아무리 소리를 높여도 근본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체질적으로 교통규칙을 지키도록 어려서부터 교육을 시키는 것만이 문제해결의 첩경임을 알아야 한다. 구미제국처럼 교통규칙, 교통도덕을 국민학교의 정규과목에 넣어 안전의 생활화·체질화를 기하도록 해야겠다. 「유럽」에서는 국민학교에 들어가면 어린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건널목 건너는법·승하차방법·교통신호 식별법, 그리고 길을 서로 양보하는 미덕부터 가르친다고 하지 않는가.
교통사고에 의한 죽음처럼 억울한 비명횡사가 적어도 더 이상은 늘지 않도록 정부의 교통안전대책은 보다 본질에의 접근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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