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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의 ″부조리″를 없앤다-법무부, 대검 특별수사부 동원해 양면작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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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온갖 부조리의 온상으로 알려진 교도소·구치소가 조용히 탈바꿈하고 있다.
입소자에게 가장 큰 위협이었던 입방식, 이른바 신고가 없어졌으며「강아지」(담배) 나「개구리」(술) 등 부정물품의 차입이 차단됐고「비둘기」(부정편지 연락) 가 날지 못한다.
수감되면 으레 병감에 들어가 누워 반사회생활을 하던 이른바 부유층 피고인들이 모두 일반감방으로 쫓겨났고 병을 이유로 들것에 들려 법정에 나가는 일이 중지됐다.
과거 교도소의 부조리는 입감절차부터 시작됐다.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수감되면 방을 정하는 때부터 돈을 써야 한다.
폭력배·강도 등 흉악범이 몰려있는 이른바「쥐털」방에 가지않고 경제사범·「화이트·컬러」범죄인들이 수감된「범털」방에 가 비교적 편안한 생활을 하려면 몇만원을 쥐어주어야 한다. 웬만큼 돈이 있는 사람이 들어오면 쓰기 싫어도「비둘기」를 날려야 한다.
편지 맨 끝에「이 편지를 갖고가는 사람 (교도관) 에게 얼마를 주라」고 쓰도록 강요당하니「비둘기」가 바로 돈이다. 단순한 안부편지일 때는 몇만원 정도이나 증거인멸 등을 지시하는 내용일 때는 그 액수가 커진다.
청자담배 한개비가「거북이」(5백원) 에 거래됐고 달걀의 속을 주사기로 빼내 다시 주사기로 넣은 국산양주가 감방에 차입되기도 했다.
아무리 아파도 돈이 없으면 병감은 천리 밖이나 최하 50만원정도만 있으면 병실침대는 언제나 지척에 있었다.
또 국영기업체 장이 몇 년 전 교도소에 수감 중「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양주「파티」를 했다는 소문은 널리 알려진「비밀」이다.
한 회사사장이 출감된 후 교도관 중 1명이 사표를 내고 바로 그 회사에 취직한 적도 있다.
법무부는 지난 4월부터 대검 특별수사부를 동원, 교도관들의 이 같은 비위를 형사처리하는 한편 후생문제를 뒷받침해 부조리제거에 양동작전을 쓰고 있다.
고위층의 배려로 교도관자녀를 위한 장학기금으로 3억원을 확보했고, 각 교도소 소재별로 직원숙소를 짓기로 했다.
부정을 자진신고하거나 고발하면 포상금을 주고있으며 특히 부정편지나 부정물품차입에는 관련교도관과 재소자를 함께 처벌하자 그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부정이 적발돼 파면되거나 전출명령을 받은 교도관들이 교도소장에게『과거 너는 안 먹었느냐』며 집단으로 항의하는 소동도 한두차례 있었으나 교도소 안에는 전에 없던 기강이 잡혀가고 있다.
서울구치소장이 법무부에 낸 지휘감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5백여명의 직원 중 부조리에 관련된 2백10명에 대해 인사조치를 했더니 7월에는 40여명의 직원이 재소자 면회를 입회하며 그의 가족 또는 친지로부터 받은 돈 68만1천원을 구치소장에게 신고해왔다.
보고서는 또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그룹」의 젊은 총수가「비둘기」를 날리지 못하자 차입됐던 성서를 가족에게 돌려보내며 표지뒷면에 못으로 눌러쓴 편지를 보내려다 적발됐다고 했다.
이 젊은 실업가는 성경책 뒷장에『병보석을 위해 ××병원과 접촉하라』『검찰의 분위기를 살펴라』는 지시와 함께 회사처분계획까지 적어놓았다.
법무부는 주택마련·수당인상·자녀장학금지급 등 단계적으로 교도관들의 생활을 뒷받침할 계획이나 이정도로 30년 해묵은 교도소의 부조리가 완전히 가셔질지는 의문이다. <정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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