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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당사자의 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영삼총재체제가 들어선 후 조직강화특위를 만들었을 때부터 소송을 준비했다. 30년동안 야당을 하고 국회의원을 네 번이나 한 나의 지구당위부장자리를 교체한다는데 「쇼크」를 받았다.
더구나 전당대회를 치른 지 겨우 석달. 금방 다시 전당대회가 닥칠것도 아닌데 위원장 자리를 뺏는다는 것은 자기 세력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밖에 생각이 안 들었다.
공주, 성남지구당서도 당원들이 올라와 김총재에게 철회를 요구했으나 턱도없는 일이어서 우리는 법정투쟁밖에 길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8.11 농성중에 제소한 것을 핀잔하는 사람이 많으나 그때 안 했으면 미리 제명을 당했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정말 큰일날 뻔했다.
「총재단직무집행정지」를 청구해서 총재직무가 정지되면 영입무소속의원들에게 지구당을 맡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번 법원결정으로 당이 혼란상태에 들어간다고들 하지만 나는 견해가 다르다.
재판에 승복하여 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일반에선 민주회복을 한다하여 김영삼씨가 잘하는 것 같이 볼지 모르나 당내에서는 독선독주로 일관해왔다.
지구당위원장을 원내 우선으로 한 것은 민주당 때부터의 일이지만 당에 대한 공적도 기준이 되었다.
대의원중에 부정이 있는 줄을 대회당시에는 몰랐으나 중앙관계자가 조윤형·김한수씨의 당원자격이 없다고 해석한 후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비주류에서 소송에 다소 도움을 주긴 했으나 「보스」들의 무관심엔 지금도 불만이다. 대의원 22명의 형벌증명은 소를 제기한 전기준·윤완중씨와 함께 사람 32명을 동원하여 이틀간에 끝냈다.
내가 살기 위해 소송하다보니 김영삼씨가 결국 죽었다. 김영삼씨가 무너졌다하여 신민당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당총재직무를 맡게된 정재갑씨는 무난한 사람이니 잘할걸로 보며 우리의 위원장자격도 살아날 것으로 본다. 이번 일이 당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가처분 내릴만한 「긴박성」의심 정당문제에 판사가 손대는 소송제 고쳐야">
가처분은 가지위를 정하는 가정적 재판이다. 뒷날 본 재판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어느 재판보다도 많기 때문에 그 가재판이 뒤집힐 경우의 손해를 담보하기 위해「돈」까지 미리 공탁시킨다. 그만큼 뒤집힐 공산이 큰 재판이 이른바 가처분이다. 이러한 가재판으로 정당당수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가 있을까.
그것도 본 재판이 끝날 때까지 정지시킨다고 해놓았으니 만일 본 재판을 2년 끌면 당수임기가 2년이니까 이제 당수는 볼 짱 다 본 것이다. 그러니 말만 가처분이지 실은 본 재판과 다름없다. 참말로「중대사태」다. 양대 정당체제로 꾸려가는 우리나라 정국에서 그 중 한 당이 선장을 잃은 난파선으로 우중대해를 표류하게 됐으니 더욱 중대사태다.
이처럼 손도 함부로 못 댈 중대사태를 감수하고서도 신민당총재단의 직권을 봉쇄시킬만한 무슨, 이른바 「긴박성」이 있었던가, 심히 의심된다.
가처분은 피해 예방을 위해 「급박」할 때에 내리는 것인데 과연 그렇게 급박했던가. 끝없는 의문과 더불어 자보도 피하지 않겠다.
법관도 결정문에서 하소연 하다시피 국가통치권 행사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당의 문제를 민사일심의 세 판사가 취급하는 오늘의 소송제도는 여야의 입장을 뗘나 시급히 고쳐야 할 일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천투만화, 풍운조화를 몰고 거세게 펼쳐지는 「정치활동」을 거미줄 같은 「법망경」으로 들여다 볼 때, 이른바「법」이 이해 못 할 일이 많다. 새로운 창의와 과감한 진취적 활동을 굳어있는「법망경」에 비추어본다는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판국에서는 자랑스러운 승소자도 또 부끄러운 패소자도 있을 수 없다.
오직 냉정과 이성을 찾아 국민에게 더 이상의 걱정을 안 끼쳐야 한다. 믿노니 「비리법권천」… 법률과 재판권이 제아무리 강해도 천심고민심만 못하다는 것을 천만번이고 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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