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습 비웃 듯 알바그다디 "복종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3)가 이라크의 제2도시인 모술에서 설교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5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이라크군의 공습으로 그가 숨졌다는 소문이 돈 직후다.

 그간 그의 모습과 관련해선 두 장 정도의 사진만 공개됐다. 현상금만 1000만 달러(100억 원)로 테러리스트 중에선 알카에다의 1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4일 현지인들에게 잘 알려진 곳인 모술의 ‘그레이크 모스크’에서 일반 신자들을 상대로 설교를 했고, 그 영상이 21분짜리로 편집돼 공개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오사마 빈 라덴도 시도하지 않았던 대담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검은색 터번과 옷을 입은 알바그다디는 자신이 마호메트의 대리인이란 뜻의 최고통치자인 칼리프가 된 데 대해 “칼리프 국가 수립은 수세기 동안 이루지 못했던 (이슬람 신자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난 당신들의 지도자로 발표됐지만 당신들보다 더 나은 것 아니다. 내가 옳으면 나를 지지해주고 옳지 않다면 조언해서 올바른 길로 가게 해 달라”고 했다. 또 “내가 신에게 복종하는 한 당신들도 내게 복종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이 복종을 요구하지만 스스로 낮추는 듯한 그의 화법을 두고 “잔혹한 ISIL의 투쟁 스타일과는 이질적 스타일”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진위 논란도 있다. 이라크 당국은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설교 당시 ISIL이 신자들을 철저히 검색했고 앉는 자리까지 지정했으며 설교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에서 못 뜨게 할 정도로 경호에 신경을 썼다고 NYT는 보도했다. 테러 전문가들은 “알바그다디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