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타려면 일어나세요" … 손목 위의 개인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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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계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스마트시계 ‘G워치’는 이번 주 중에 이동통신사 등을 통해 국내에 정식 출시된다. 구글은 지난달 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회의(I/O)에서 G워치와 함께 삼성전자의 ‘기어 라이브’, 모토로라 ‘모토360’을 공개했다. 이날부터 구글 온라인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G워치와 기어 라이브에 대한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구글코리아는 “예약 구매한 고객들에게 9일부터 순차적으로 제품을 배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토 360은 구체적인 판매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올 여름 안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모두 웨어러블(입는) 기기를 위해 구글이 만든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웨어’를 장착한 이란성 쌍둥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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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출시 전인 G워치를 써봤다. G워치 기능의 핵심은 스마트폰에서 구현되는 구글의 음성인식 개인비서 서비스인 ‘구글 나우’를 시계에 그대로 옮겨왔다는 점이다. 위치 정보 등을 바탕으로 이동 경로와 시간대별로 자주 이용하는 콘텐트 등을 분석해 사용자가 요구하기 전에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준비해 보여준다. 전화나 메시지·알림 정도만 보여줬던 기존 스마트시계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G워치를 차고 서울 강남역 부근의 저녁 모임에 갔다.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자정을 넘어서자 G워치에 진동과 함께 문자가 떴다. “집까지 가는 지하철 막차가 30분 뒤에 도착하는데, 지금 있는 곳에서 역까지 걸어서 가는 시간이 20분 정도니 지금 일어서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음날 점심 약속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서도 “현재 위치에서 광화문 약속장소까지 40분 정도 걸리니 지금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가 떴다.

 핵심은 스마트시계가 사용자의 위치와 직장·집 등 주요정보를 파악하고 미리 알려주는 ‘위치기반서비스(LBS)’다. 또 약속장소와 관련한 알림을 받기 위해서는 구글 캘린더(달력)에 일정을 기록해야 한다. ‘내 개인정보를 구글에 넘겨줄 순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용할 수 없는 서비스다.

 음성인식 기능도 한결 나아졌다. G워치에 “내일 아침 6시에 알람 설정”이라고 말하자 알람이 맞춰졌다. 간단한 문자나 e-메일도 음성으로 어렵지 않게 보낼 수 있다. “집사람에게 ‘지금 출발하니 조금만 기다려 줘’라고 문자 보내”라고 말하자 화면에 말한 내용이 문자로 나타나고 그대로 전송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하는 지시가 구글의 서버에 축적되고, 학습되면서 인식률이 계속 올라간다”며 “쓰면 쓸수록 똑똑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구글맵의 한국 지도가 정확하지 않은 탓에,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내비게이션과 같은 경로 서비스가 없다. 구글글래스 홍보 동영상에 볼 수 있었던 ‘공사중이다. 오른쪽으로 돌아서 가라’거나 ‘다음 골목에서 우회전하라’는 등의 안내는 받을 수 없다.

 G워치는 제조사와 관계없이 안드로이드 4.3 버전 이상을 사용하는 모든 기기와 연동된다. 기어 라이브도 마찬가지다. 기어 라이브를 LG G3와, G워치를 삼성 갤럭시S5와 같이 쓸 수 있다는 의미다. G워치와 기어 라이브는 안드로이드웨어로 구글나우를 쓴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G워치가 기어 라이브보다 화면이 조금 크다. 배터리도 G워치는 400밀리암페어아워(mAh)로, 기어 라이브(300mAh)보다 용량이 조금 크다. G워치는 끈 연결부위를 표준화(22㎜)해, 기존 시계끈도 사용할 수 있다. 그외 칩셋(1.2GHz 스냅드래곤 400)과 메모리(512MB) 등은 똑같다. 가격은 G워치(26만9000원)가 기어 라이브(22만4000원)보다 조금 비싸다. 둥근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모토 360은 아직 정확한 제원이 공개되지 않았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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