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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와 집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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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발자크」의 소설에 보면 「위시에」(Huissier)란 사람이 자주 등장한다. 집달리다.
탈세나 부정신고, 또는 체납의경우 집달리가 나와서 재산차압을 하는것은 「나폴레옹」떄부터 생겼다.
그러나 「프랑스」의 집달리는 매우 너그럽다. 침대·붙박이장·1개월간의 식량·직업상 필요한 도구·입고 있는 가죽 털 「코트」등은 면제해 주는 것이다.
요새는 가구·부엌용품·냉장고·의류 일체까지도 면제된다.
그래도 「발자크」는 늘 집달리를 두려워해야 했다. 그래서 세금을 물기 위해서도 쉴사이없이 작품을 써나가야 했다.
그러나 실상 「발자크」시대의 「프랑스」작가들은 세금걱정을 하지않아도 되었다. 예술활동에 대한 과세란 아무도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발자크」자신도 그의 방대한 작품수입에 대한 과세는 없었다.
문제는 그가 창작활등 이외에 여러가지 다른 사업을 벌인데 있었다. 그게 과세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과세도 그나라의 문화풍토에 따라 다르다. 소련에서는 군인에게는 과세가 없다. 미국은 기업에 후한 편이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디자이너」와 「모델」에게까지 우대조치를 베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는 예술가에겐 과세가 없었다. 예술진흥을 위해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소득세를 부과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미 우리나라의 예술진흥이 이뤄졌다고 본 것일까.
관계당국에서는 국민개세주의와 형평의 원칙을 내세우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그런걸 모르고 면세해 왔던 것일까.
또하나 당국이 내세우는 이유는 예술가들의 소득수준이 무게향상된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의 이상미술 「붐」을 타고 몇몇 화가가 억대 저택에서 살게된 건 어김없는 사실이다. 그런 화가들이 가난한 여직공들조차 꼬박꼬박 물어온 방위세마저 안문다면 말도 안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예술가는 아직도 이를데 없이 가난하다. 문예진흥원의 조사로는 직업문인 1천5백여명 중에서 글로만 밥벌이가 되는 사람은 1%도 안된다.
l년에 작품 한점도 팔리지 않는 중견화가도 흔하다. 그렇다면 극소수의 예외자때문애 이런 작가·예술인들에게까지 소득세를 물게 한다면 초가를 태워 빈대잡는 격이다.
예술가가 가난하기는 어느나라나 마찬가지다. 서독에서도 10만명이 넘는 예술가중에서 자활하고 있는 예술가는 3만명도 안된다. 그나마 그들의 평균수입은 20만원 이하.
그러나 서독에는 예술정책 이외에 예술가원조정책이 따로 있고 연금제도도 있다.
우리나라엔 그런 게 전혀 없다. 우리나라에서 「발자크」가 나오지못하는 것은 결코 집달 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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