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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강원도립양어장」|"물 속의 견우와 직녀" 산천어를 인공 증식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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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물 속의 견우·직녀」라는 산천어가 사이좋게 짝을 지어 지하수의 인공폭포 물줄기를 타고 하늘로 높이 날며 싱그럽게 뛰논다.
일생을 수컷은 청명계곡에서, 암컷은 수 천리 바다에 서로 헤어져 연중 7∼8월에 꼭 한번 「랑데부」한다는 데서 「물 속의 견우·직녀」란 별명이 붙었다.

<1년에 꼭 한번 「랑데부」>
강원도 삼척군 근덕면 맹방리 강원도립양어장(장장 유영옥·51)에서 연구 끝에 일본을 앞질러 산천어 종족번식을 위한 인공부화에 성공했다.
2천 평 부지에 4백 평 규모의 양어장에는 현재 8백여 마리의 산천어가 14개 사육장 가운데 3개소에 나눠져 자라고있다.
이중 산천어 본래의 결함을 없앤 「병 없고 대형체장」의 개발종(F1)이 7백 마리.
부화 7개월만에 15∼22cm크기로 자란 이들은 높이1m의 양어장 폭포에 머리를 식히다 불쑥 50cm가량 하늘로 치솟아 오색반점의 아름다운 몸매를 뽐낸다.
불볕을 뚫고 물장구를 황금색 몸통이 무지개를 펼치듯 장관을 이룬다.
여기다 형언할 수 없는 향기와 맛이 담긴 산천어요리가 줄을 잇는 관광객들의 군침을 삼키게 한다.
산천어(학명 O.masou fishika wae)는 연어과 연어 속으로 일본 명은 산녀.
한국에서는 노랭이·곤들배기·조올래·반어 등 4가지 이름을 가진 냉수성 어족.
국내에서는 강원도내 삼척군 오십천, 명주군 소금강, 고성군 진부령 등 동해안일대의 찬 지하수가 솟아오르는 산간계곡에만 서식한다.
날렵한 몸매에는 타원형 반점이 9~11개가 있고 오색의 지느러미로 단장돼 담수어 중 가장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그러나 원래 몸집이 최고 25~30cm로 병이 잦으며 성질이 급하고 수명도 3~4년으로 짧은 것이 흠이다.

<산란과 사정기 서로 달라>
특히 암컷은 10~11월 산란 후 바다로 떠난다. 그 동안 수컷은 다음해 7~8월 암컷이 계곡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며 독수공방 생활이다.
산천어는 이러한 생이별의 생태에다 암수의 산란·사정기가 다른 것도 특이하다.
수컷은 암컷을 기다린 탓인지 암컷과 「랑데부」하는 8월이 사정기인데 반해 암컷은 이보다 2∼3개월 늦는 10∼11월이 산란기. 산란과 수정이 극히 까다롭다.
이처럼 종족번식이 어려워 그 수가 많지 않은 판에 70년대 초반 일본에서 밀려온 관광객들 때문에 남획까지 겹쳐 씨가 말라 들어갔다.
장장 유씨가 지난 73년부터 산천어 인공부화사업에 손을 댄 것도 남획에서 종족을 보존하자는 것.
이에 유씨는 먼저 외국문헌 등을 통해 산천어서식 등에 관한 자료조사를 가진 후 3년 생 자생 산천어 8마리를 생포, 시험부화에 나섰다.
74년11월26일 3년 생 자생 산천어 수컷에 4년 생 송어암컷을 교배시켰다. 송어와 산천어가 같은 연어과 어족인데 착안, 일본에서도 두 손을 들고만 연어속(산천어)과 송어속(송어)으로 속간 교배를 시도한 것.
이 결과 4천5백 개의 알을 채란, 섭씨12도 수온에서 30일이 지나자 3천5백 마리가 부화돼 78%의 부화율을 올렸다.
유씨는 비록 생존율이 나빴지만 「연어과의 속간」 교배와 산천어 인공부화에 성공한 것.
3년 생이 최고 47cm나되는 이 산천어를 개발종(F1)으로 이름 붙인 유씨는 76년11윌15일 이 개발종(F1)에 자생 산천어 수컷을 수정 부화했다.
여기서 나온 이른바 재 개발종(F2)은 기대와는 달리 개발종보다 발육상태가 나쁘고 병사와 기형이 심했다.
그래서 유씨는 산천어 인공부화연구를 F1에 맞추고 전념했다.
병 없고 성장이 빠른 대형체장의 인공산천어를 개발하고야말겠다는 그의 집념과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이뤘다.
유씨는 이번 F1 2차 인공부화를 계기로 멸종위기에 놓인 산천어의 종족 대량번식이 가능하다고 보며 관광어 자원개발에도 빛을 보게됐다고 했다.

<3년에 최고 47cm나 자라>
산천어는 친어라도 수온이 섭씨20도 넘으면 죽고 말아 저수온 유지가 첫째이며 다음이 먹이.
먹이는 치어의 경우 소간·난분·어분과 식물성 접착제 등을 70:30비율로 주며 친어가 되면 동물성 60%에 식물성 40%비율로 준다.
Kg당 가격이 1만원을 훗가하는 산천어는 3년 생 1마리가 3백g을 웃돌기 때문에 소득이 좋은 편이다.
판매가의 40%가 순이익인 동시 기호품으로 인기가 좋아 판로 걱정은 없다.
그러나 전체 6명뿐인 일손부족에다 산천어인공부화에 대한 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미흡해 본격적인 인공부화추진에 어려움이 크다.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연구실 마련 등 기술·인원·예산지원이 시급하다는 유씨는 산천어인공부화에 평생을 바칠 뜻을 보였다.
글 탁경명 기자/사진 김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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