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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평가받는 화가가 적지않다.|미술평론가 11명이 내린 「재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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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 동양화단의 거목이라 일컬어지는 이당 김은호와 또 천재화가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이중섭이 실제로는 지나치게 과대평가 받고 있다는 것이 지적됐다. 이것은 『계간미술』(10호)이 『작가들을 재평가한다』라는 기획물을 마련하고 11명의 미술평론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다. 여기에 참석한 평론가는 김윤수·김인환·박내경·박용숙·석도륜·오광수·유근준·유준상·원동석·이경성·이일·임영방 제씨로 우리나라의 현역 평론가는 모두 참여한 셈.
『과연 과대평가 되어온 경향이 있는 작가는 누구이며 또 과소평가되거나 미처 인식못했던 작가는 없었는가』- 작가 개개인에대한 평가를 재검토해봄으로써 우리미술의 현재위치를 살펴보기위해 마련된 이기획에는 김은호와 이중섭이 과대평가된 작가로 가장 많이 지적됐으며 이밖에도 고희동 천경자 이종우 장욱진 주경 이인성 박승무 김인승 이응노 서세옥등이 과대평가된 작가로 거론됐다.
평론가들이 지적한 「과대평가의 이유」를 살펴보면 김은호의 경우 독창성이 없고 한결같이 화본에 얽매여 있으며 특히 그의 특기인 인물화는 일본색이 짙다는 것이었다. 이당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가 남달리 유능한 제자들을 배출했다는 작품 외적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중섭도 작품보다는 그 「드러매틱」한 생애 때문에 과대평가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작품에 있어서 전문적인 예술계발은 등한시한채 신변잡기적 서술에 치중했다는것이 이중섭에 대한 평가였다.
한편 현역작가 장욱도씨에 대해 한평론가는 『그의 세계를 「자연」이라 하지만 만들어진 자연이고 꾸며진 것이며 「동심」 이라 하나 작은 어른의 세계일뿐 어린이의 세계는 아니다』 고 하고있다.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있는 천경자씨나 서세옥씨가 과대평가작가로 지적된것도 흥미있는 일이다.
한편 과소평가된 작가들의 면모를 보면 이용우(등양화가) 김종태·구본웅·정규·오지호· 전혁림·이규양·함대정·김정(이상 서양화가) 김종영 조도규(조각가) 백남준(「비디오」작가) 등. 김종영·오지호·백남준씨를 빼고는 모두 작고 작가들로 그들의 작가적 역량이나 우리 화단에서의 중요도에 비해 너무나 알려지지 않은 아까운 작가들이다.
동양화의 재래적 관념을 뛰쳐나와 조형으로써 동양화를 이해하려했던 이용우, 30년대 서양화의 매체를 우리들 체질에 맞는 표현으로 심화하려 했던 김진태, 「모더니즘」운동에서 빼놓을 수없는 정규·이규양등 새로운 평가가 내려져야할 작가들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나타난것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작가들은 과대평가되었다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동양화의 경우는 과소평가된 작가는 거의 없고 모두가 과대평가됐다는 견해도 있었다. 실험적인 추상회화를 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 또한 너무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지적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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