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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지도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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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누가 미국을 움직이나』 라는 질문에 5년전만해도 미국시민들은 대통령의 이름을 서슴없이 꼽았다. 1974년4월 미국의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프트」지는 1위에 「닉슨」, 2위에 「키신저」, 3위에 「G·미니」 (노조지도자)순으로 집계했었다.
오늘 미주간지 「타임」은 사학가, 문학가, 학자, 기업인등 24명의 지식인에게 비숫한 질문을 던졌다. 『미국의 살아있는 지도자중 누가 우리 문제를 개선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닉슨」? 「G·포드」? 「지미·카터」? 그러나 누구도 그들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칼럼니스트」인 한 보수적 지식인의대답은 특히 인상적이다. 『「바로 이 사람이다」라고 누구나 말할수 있을 만큼 결정적인 인물로,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 잡는 잠재적인 지도자를 알고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차라리「보이·스카우트」지도자를 꼽았지만 그도 역시 지도자는 아니라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빌리·그례이엄」 같은 종교인은 친선을 위(상)에서 앞으로 돌리고 있다. 『2세들을 양육하는 모든 부모들』-. 이들이 지도자라는것이다. 현실보다는 미래에 기대를 건다는 「시니컬」한 평가다. 『고독한 군중』 이란 저서를 통해 산업사회의 중산층의식을 분석했뎐 「데이비드·리스먼」 (사회학자)도 뜻밖의 답변을 하고 있다.
대학의 분열을 조장했던 「진보적인 교수」들을 용기있게 해부했던 「스탠퍼드」 대학의 「R·라이먼」총장. 「리스먼」은 지도자의 조건으로 결단력을 생각하고 있는것 같다.
『「코널리」(80년도의 대통령후보지망)-우유「스캔들」. 「E·케네디」-여자 「스캔들」…. 학계나 기업계는 친야협소. 「조지·볼」 (노외교관)은 다능하나 국민적인 성가부족』-. 이것은 노장거「J·캐빈」의 말이다.
미국은 실로 지도자를 잃어버린 시대에 직면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카터」 대통령의 무능(?)이나 「에너지」 위기때문만은 아니다. 월남전과 「닉슨」 시대의 불명예, 잇단 지도자의 암살등을 통해 겪은 국민적 좌절감의 산물같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것은 문명사회의 한 후기적인 증상에서 비롯된 것 같아 새삼 감개가깊다.
물질문명의 천국이다시피한 미국은 오늘 「비참한 욕구불만」의 거대한 덩어리로 변모했으며, 국민들은 낭비적이고 탐욕스러우며 맹목적이고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해 가고 있다니 말이다.
이들을 이끌 지도자의 요건은 권력의 크기도, 성가의 높이도, 부의 부피도 아닌것 같다. 차라리 새로운 정신과 사명을 일깨워 모든 사람에게 삶의 의미를 깨우쳐 줄 수 있는 「철학적인 상」이 요구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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