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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에 한 번꼴로 ‘쾅’ ··· 10건 중 9건은 대학에서 발생 ‘연구실이 위험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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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호 02면

지난해 7월 세종대학교 연구실에서 황산용액이 폭발해 연구 중이던 학생 7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가 났다. 이 학교에서는 5월에도 비슷한 연구실 안전 사고가 났지만 추가 사고를 막진 못했다. [사진 미래창조과학부]

매해 100건에 달하는 연구실 사고가 연구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10건 중 9건은 대학 연구실에서 발생한다. 과학 인재를 양성해야 할 대학 연구실이 ‘위험실’이 됐다. 지방 국립대인 J대학의 한 연구원은 “연구실 안에서는 운동화 착용이 의무규정일 정도로 항상 사고 위협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연구원의 ‘안전 불감증’도 문제지만 노후화된 장비와 비좁은 연구실 등 열악한 연구 환경도 사고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연구실 안전사고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3년(2011~2013년)간 전국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 연구실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모두 372건으로 한 해 평균 124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폭발·화재·가스 흡입·기계로 인한 압착 등 안전사고로 인해 부상을 입은 사상자는 378명에 달했다. 특히 대학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전체의 93%(346건)며, 학생 346명(전체의 91%)이 병원 신세를 졌다.
 비단 인명 피해뿐이 아니다. 지난해 안전사고로 인한 피해액은 대학 1억2000만원, 연구기관 1억7000만원 등 2억9000만원이다. 지난해 8월 대전에 위치한 국가핵융합연구소 핵융합특수실험동(KSTAR 연구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배전기와 주문형 배선 및 케이블을 태워 소방서 추산 1억3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뒤늦게 배선과 배전기 등 기기의 안전 확보를 위해 연구소가 들인 비용은 피해액의 5배가 넘는 약 8억원이다.
 해마다 연구실에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끊이지 않지만 현장에서 ‘안전’은 여전히 매뉴얼일 뿐이다. 올해 초 미래부가 발표한 ‘2013년 연구실 안전점검 결과’를 보면 지난해 관리 점검한 211개 기관, 1042개 연구실에서 발견된 지적사항은 모두 1520건이다.
 안전교육을 받지 않고 실험에 투입되는가 하면 위험한 화학용액을 한 곳에 쌓아놓았고, 비상구는 실험장비와 기자재에 막혀 있었다. 정부가 2006년부터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규제와 감독을 벌이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매우 낮다. 전국 4774개 연구기관 중 불과 4%를 점검한 결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장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부는 연구실 안전 점검을 벌인 후 사고를 보고하지 않은 3개 기관과 안전 점검 미실시 기관 등 모두 17개 기관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위탁업체를 투입해 함께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6만여 개가 넘는 연구실을 일일이 찾아 점검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기관의 자발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기관의 ‘동참’ 역시 소극적인 수준이다. 동국대 화학과 공영대 교수는 “기관이 최저입찰제로 무조건 싼 가격에 기자재를 구입하는 일이 오히려 사고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장비 확충이나 연구실 환경 개선, 안전 점검이나 정밀안전진단은 모두 연구실을 보유한 기관 예산으로 집행된다. 그러나 기관 평가항목은 대부분 성과 위주라 연구실 안전은 뒷전이다.
 지난해 7월 19일 연구실에서 황산 용액이 폭발하면서 학생 서모(23)씨 등 연구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던 세종대는 앞서 같은 해 5월에도 실험 도중 유해가스(브롬화황산)가 누출되면서 수백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정부는 연구실 안전 강화를 위해 부실기관에 대한 실명을 공개하고, 안전교육 미이수자에 대해 연구실 출입 제한이나 논문 심사자격 제한 등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하지만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기관이 사고를 은폐하려고 할지 모른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공 교수는 “정부는 행정비용을 늘리기보다 교육 강화나 시설 개선 등 실질적인 안전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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