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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추격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중년남자 두 사람이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남해 사량도앞 5km 해상. 마침 고기잡이를 하고있던 어느 어부부자는 그들의 거동이 어딘지 수상쩍어 보였다.
흰「페인트」의 어선도 낯설었지만, 그 중년남자들의 낚시질도 여간 어색하고 예사로와 보이지 않았다.
어부부자는 슬쩍 그 자리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성급히 연안경비정으로 무전을 쳤다. 어느결에 당찰 경비정은 현장에 나타났다. 불과 5분. 빛살처럼 달려온 것이다.
기어이 문제의 백색어선과 두 사람의 중년낚시꾼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이쪽으로 기습을 가하는가 했더니 뱃머리를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추격전이 벌어졌다. 백색어선은 연상 중기관총을 퍼부었다. 어느새 우리 쪽의 사상자는 3명.
숨막히는 추격은 2시간 41분이나 계속되었다. 그러나 수우도앞 바다에선 또 하나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군 PK 고속정 2척이 도주로의 목덜미를 지키고 있었다. 이미 이들은 이런 타보를 접수하고, 작전명령에 따라 이곳에 배치된 것이었다.
일제사격, 일제반격.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11분 경과, 사방은 잠잠해 졌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지난21일 남해에서 실제로 벌어진 간첩선 출몰의 전말이다. 6명의 간첩이 사살되고 노획품도 적지 않다.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신고에서 출동으로 이어지는「드러매틱」한 과정이다. 기민하고 빈틈이 없어 보인다. 우리 경찰 2명이 목숨을 잃은 「손실」은 결코 적지 않지만 그것은 상황의 긴박성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최선을 다한 살신의 전의를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무장 간첩사건이 있을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북괴의 상황 판단은 한심하기만 하다. 무장간첩을 보내 무슨 성과와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그들의 약점만을 노출시키고 말뿐이다.
적어도 공산주의자에 대해서만은 누구나 단호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북한공산주의자가 싫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국 동난의 체험에서 얻은 뼈아픈 교훈이기도 하다.
그래도 끊임없이 간첩을 밀파해 인명을 소모품으로 이용하고있는 북괴의 전략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더구나 대화와 공존을 요구하는 세계의 여론조차 외면하고 수시로 총부리를 들이대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지 해괴하다..
북한도 이젠 친선을 돌려 세계의 신선한 공기도 마시며 새로운 감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총질을 하며 살육을 해야될지 암담한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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