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방어 '짐' 무거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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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일 열린 '미래 한ㆍ미 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 첫번째 회의는 한국군의 역할을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한ㆍ미 양국군의 역할을 재조정한다는 데 합의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군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선 막대한 군사비 투자가 뒤따라야 할 전망이다.

한ㆍ미는 '한국 측은 군사능력 발전에 따라 '특정 임무'들에 대한 책임을 맡기로 했다'고 공동 발표했다.

'특정 임무'에 대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차영구(車榮九)국방부 정책실장은 "군사기밀이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개념은 군사력 발전 과정에서 우리 능력이 커지면 어떤 부분에서든 미군 일을 우리가 맡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에둘러 설명했다.

그러나 정통한 소식통과 군사전문가들은 "특정 임무 이양은 대북 전쟁억지력 및 전쟁수행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북한의 재래식 야포와 방사포 등에 대비한 미2사단의 주요 전력을 앞으로는 한국군이 맡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주한 미군이 보유한 주요 무기들은 대구경 다연장포(MLRS)와 아파치 헬기 등. 이들 전력을 한국군이 갖추기 위해선 수조원대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미군이 주로 담당하는 대북 영상정보수집 임무도 한국군이 상당 부분 맡아줄 것을 미측이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중조기경보기(AWACS) 도입과 연결되는 문제다. 1990년부터 AWACS의 도입을 고려해 온 국방부는 오는 2005년에 도입 계약을 체결하는 문제를 집중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미측 수석대표인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특정 임무에 대한 책임을 한국이 맡기로 했다는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세계 11위 경제대국인 한국의 힘을 동맹 관계에 반영한다는 취지"라며 특정 임무가 재정투자가 필요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또 한ㆍ미 양측의 이런 합의에는 미2사단의 한강 이남 재배치가 전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측은 북한 핵문제 해결 뒤에 재배치 논의를 시작하자는 한국 측의 입장을 고려해 시기를 못박지 않았을 뿐이지 후방 재배치에 대한 미측의 입장은 확고하다는 게 군 관계자의 전언이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의 진전 여부에 따라서는 미2사단의 한강 이남 재배치 문제가 본격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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