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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도 너무 올라…|짜증나는 무더위 더 덥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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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충격적이다』『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시민들은 이런 투의 표현을 할 기력마저 없다고 했다. 9일 하오 기름 값·전기 값의 기습 인상에 이어 10일 아침 공산품 값의 인상 발표가 있자 시민들은 모두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더구나 10일 아침에는 일부「택시」와「콜·택시」가 적자 운영을 이유로 운행을 기피해 출근길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가만히 앉아서 급료가 깎인 봉급생활자들은 1주일에 한번 먹던 쇠고기 국도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이고 올 여름 휴가계획마저 취소해야겠다고 했다.
이번 기름 값 인상으로 공산품 값이 뒤따라 오르고 대중교통 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해져 시민들은 『절약에도 한계가 있지 않은가. 가계를 파산시킬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택시 운전사들 결근|운수업계>
서울 서대문·동교동「로터리」「택시」정류장의 경우 보통 아침 7시쯤에는 10여대의「택시」가 빈차로 승객을 기다리곤 했으나 10일 아침에는 20분쯤의 간격으로 빈「택시」가 도착해 한동안 뜸했던 차 잡기 소동을 벌였다.
서울 종로구 K「택시」회사는 이날아침 운전사들의 3분의 1 가량이 기름 값이 오른 데 따른 입금액을 걱정했음인지 출근하지 않았고 H회사도 4분의 1 가량이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신설당시부터 적자에 허덕이던「콜·택시」들은 이번 요금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됐다며, 당국의 가격조정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시내「버스」의 경우 아직 차를 세워두고 있는 곳은 없으나 「버스」조합 측은 이번 기름 값 인상만으로 현행「버스」요금의 9·34%인 5원 50전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전「버스」1대당 하루 평균 기름 값이 1만 1천 3백 52원 들던 것이 1만 8천 1백 64원으로 오른 것.
그러나 조합 측은 윤활유·「타이어」등 소모품과 인건비 등이 모두 뒤따라 인상될 것이기 때문에 시내「버스」요금 인상폭도 기름 값의 인상폭만큼 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택시」의 경우 종전 하루 1대당 1만 1천원쯤 들던 기름 값이 이번 인상으로 6천원쯤이 오른 셈.
「택시」운전사들은 『이젠 손들었다』며, 아예 출근조차 않는 곳이 많아「택시」회사 측은 우선 운전사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주요소>
9일 아침부터 유류 값 인상 설이 나돌자 서울시내 각 주유소에는 석유를 사려는 주부들이 장사진을 이뤘으며, 인상소식이 공식 발표된 하오 5시 이후에는 주유소마다 싼값으로 기름을 조금이라도 더 넣겠다며, 밀려든 차량이 평소의 5배나 되었다. 「택시」운전사들은 아예 운행을 포기하고 기름을 넣기 위해 20∼30분씩 줄을 섰으며, 주유소 측은 평소 같으면 가득 채워주던 기름을 척15ℓ로 제한해 팔았다. 그나마도 하오 7시가 넘자 일부 주유소 측에서 단골차량에 한해서만 기름을 꽉 채워주고 일반차량에는 4·3ℓ(1천원 어치) 정도만을 넣어주는 바람에 운전사들과 종업원들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S운수소속「택시」운전사 김치원씨(29)는 『4곳을 들러서야 간신히 20ℓ를 넣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운전사들은 영업보다는 기름 사러 다니는데 분주했고 이 때문에 영수증도 받지 않고 급히 차를 몰아나갔다.
9일 아침부터 석유를 사려고 나온 주부들은 아침 9시부터 석유통을 들고 주유소에 가 순서를 기다렸으나 석유는 아침에만 잠깐 팔고는 재고가 없다며 팔지 않아 점심도 먹지 못하고 온종일 기다렸다.
또 대부분의 주유소는 하오에는 경유를 팔지 않았다.

<파급효과 두렵다|시민 반응>
▲임건혁씨(33·은행원)=석유 값 인상이 몰고 올 파급효과가 더 두렵다. 교통비와 생필품 값 등 기초생계비가 또 얼마나 폭등할 것인지 모르겠다.
물가당국은 서민가계에 미칠 영향을 극소화 해주기 바란다. 봉급 28만원으로 처와 1남 1여의 생계비로 쓰고 지금까지 한 달에 8만원씩은 아껴서 저축했으나 이젠 힘들게 됐다.
4박 5일의 여름휴가와 휴일에는 꼼짝 않고 마루에 누워 독서나 해야겠다.
▲성영자씨(46·주부·서울 아현동 383의 97)=가계부를 적을 기력이 없다.
아빠(50·회사원)가 받는 월급 30만원으로 6여(회사원1, 재수생2, 고교생1, 중학생1, 국민교생 1명)를 뒷바라지하기에 지쳐버렸다.
일주일에 한번 먹던 쇠고기는 한 달에 한번씩으로 줄이고 8월초 해수욕장에 가려던 여름휴가 계획도 취소했다. 선풍기도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부채를 대신 쓰며 석유난로를 없애고 연탄불로 밥을 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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