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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열린 전위미술대잔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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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4년 현대미술을 하는 소수의 젊은 작가들로 시작했던 대구현대미술제가 5회 째를 맞으면서 대구의 가장 큰 문화행사의 하나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전시회 (평면·입체)·「비디오」작업·「이벤트」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방법을 보여주는 이 미술제(7∼13일)의 일환으로 대구시내의 유명 7개 화랑이 동시에 현대미술전을 열어 눈길을 끌었으며 일본작가들도 대규모로 초대돼 축제분위기를 높여 주고 있다.
특히 주로 20대 후반의 일본작가들은 일본내의 그 또래 작가들 중에서는 가장 신선하고 생기발랄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일본 다학미술대학 조교수 이우환씨의 말) . 초대된 15명 중 10명은 직접 이 미술제에 참여해 현지작업을 했으며 이 작품들은 우리 나라 작가들의 작품과 비교 전시되고 있다.
우리 나라 출품작가 등은 이 미술제의 운영위원회에서 선정한 20대 후반∼30대 초의 작가들이다.「하이퍼·리얼리즘」(초현실주의)·「컨셉추얼·아트」(개념예술)·행위작업을 하는 대표적인 젊은 작가 60여명이 초대됐는데 일본작가들에 비해 자기가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 분명치 않고 성실도가 빈약하다는 것이 지적됐다. 이에 비해 일본작가들은 내용이 다소 허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하려는 방법이 분명히 드러나고 치밀하다고 서양학가 이강소씨는 말한다.
이번 미술제의「하이라이트」는 8일 대구 교외의 낙동강 강정백사장에서 열린「이벤트」. 우리 나라의 이건용·김정부·김용민·이수자·문범씨와 일본의 「구마마니·고오이꺼로」 (웅곡호일랑)씨가 「행위」를 통해 그들의 작업을 보여주었다. 이건용씨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기의 몸과 끈·각목 등을 이용해 원을 그려나가며 『거기에 무엇이 있다』 『저기에…』 『어디어디어디·‥』라고 무의미하게 반복해 외쳐나갔다. 『장소의 논리』 라는 제목의 이 실험적 행위 미술은 마치 끝없이 진리를 찾아 헤매는 인간의 한계성을 보여주는 듯 했다. 「구마마니」씨는 「비닐」로 만든 직사각형의 공간 안에 들어가 말뚝만을 계속 박아갔으며 김용민·이수자씨는 함께 나와「보트」를 타고「스케치」하며 또 음식을 먹기도 하며 모든 것이「이벤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미술제를 통해 보면 서울에서 주도적으로 행해지던 현대미술이 차차 지방으로 확산돼 오히려 지방에서 그 강한 세력으로 발돋움하려는 듯 보였다. 지방 현대미술제는 대구 외에 광주·부산·전주 등에서도 매년 개최돼 참신한 신인과 새로운 작업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전=이재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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