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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마·드: 농부 마음 드림] ①조선 임금님께 진상하던 '나주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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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중앙일보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도움을 받아 전국에서 착한 생산자들의 특산물을 발굴해 연재한다. 특산물 하나 하나에 얽혀있는 역사적 기록과 사연들, 그리고 그걸 생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조선 임금님께 진상하던 ‘나주배’

전남 나주는 배의 고장이다. 재배가 처음 시작된 건 삼한시대로 추정되는데 최초 기록은 1454년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온다. 나주배를 임금님에게 진상했다는 내용이다. 1871년 발간된 호남읍지에도 진상품인 나주배 기록이 있다. 하지만 나주 일대가 온통 배 밭이 된 건 일제 시대다. 1906년 일본인들이 만삼길 종(種)을 들여와 나주에 심었다. 이후 신고, 금촌추, 장십랑 등 개발종을 들여와 재배 면적을 늘렸다. 1929년 조선박람회에서 동상, 한 해 뒤엔 대상을 받으며 나주배는 확고한 명성을 다지게 된다.

나주산 배는 왜 맛있을까. 기후와 토양이 적합해서다. 나주는 연평균 기온이 약 13도, 연 강수량 약 1,500mm로 배의 생육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토질은 양토, 사양토, 점질양토여서 배수에 좋고 영양분도 많다.

전국 배 재배 면적이 약 1만5천 헥타르인데 그 중 5분의 1이 영산강 인근인 나주의 금천ㆍ세지ㆍ봉황면 일대에 몰려있다. 여기서 나오는 생산량은 7만톤. 전국 총 생산량의 약 24%나 되니 나주배가 한 해의 배 시세를 사실상 좌우한다.

배의 품종은 꽃피는 시기에 따라 3가지로 구분된다. 꽃이 후딱 피고 열매를 맺는 황금배가 대표적 조생종이고 꽃과 열매가 늦는 금촌추(이마무라)는 만생종이다. 조생종은 씨가 크고 과육은 적어 먹을게 별로 없다. 게다가 금방 물러 버린다. 만생종은 보관기간이 길어 유통에 유리하고 과육도 많지만 너무 크다. 모양은 울퉁불퉁하고 수박만한 것도 있다. 그래서 중생종인 신고배가 인기다. 모양새가 동글동글하니 예쁘고, 크기도 적절한데다 당도가 높아서다. 나주 지역에서 재배되는 배도 90% 이상이 신고 품종이다.

다섯 자녀 이름을 내건 믿을 수 있는 배

나주시 봉황면 죽석리에는 3대째 배 농사를 짓는 영농조합법인 C&M 백기수 대표(46세)의 농장이 있다. 1만평이 넘는 배나무 밭 가운데 가로 30미터, 세로 50미터쯤 되는 커다란 공장 건물과 냉장창고, 인부들 숙소 등이 우뚝우뚝 서 있다. 가장 큰 건물이 선과장(選果場), 그러니까 과일을 크기에 따라 분류하는 곳이다. 공장 안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수십미터 길게 늘어서 있는데 그 벨트 위에 저울들이 촘촘하게 달려있다. “저희가 한해 출고하는 배가 약 6만 박스입니다. 그 많은 배를 일일이 사람 손으로 분류하는 건 불가능하죠. 수확한 배를 기계에 얹어 놓으면 기계가 자동으로 저울로 옮기고 저울이 이동하면서 무게에 따라 해당되는 분류 칸에다 배를 떨어뜨리는 겁니다.” 백 대표의 말이다. 배는 크기가 아니라 무게에 의해 분류된다는 얘기다. 백 대표의 선과장에선 배를 26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론 역시 농부의 손과 눈이 가야 합니다. 흠집이 갔거나, 색깔이 영 아니거나, 모양새가 너무 흉측해도 기계는 그걸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죠.” 백 대표에 따르면 배는 750g~850g 정도면 먹기에 가장 좋다. 1kg이 넘는 큰 배들도 있지만 혼자 먹을 수도 없고, 가격에 비해 크게 실용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참고로 선물 받은 배 박스에 7.5kg 10과라고 적혀 있으면 750g 정도 무게의 배 10개가 들어 있다는 뜻이다.

무게가 같을 경우 최상급과 차상급을 구분하는 건 당도다. 당도의 측정 단위는 브릭스(brix)인데 100g의 물에 녹아 있는 사탕수수 설탕의 g수를 말한다. 당연히 수치가 높을수록 당도가 높다.

“저희는 12브릭스 이상만 출고합니다. 그러니까 커피에 설탕 3스푼 정도를 넣었을 때 정도의 단맛이라고 생각하면 쉽죠.” 백 대표는 흠집이 났거나, 크기가 적거나 아무튼 다양한 이유로 상품으로 출하하기 어려운 배들로는 배즙을 만들어 판다. 백 대표 농장의 배즙은 당도가 16브릭스 정도인데, 매우 단 편이다. 감기예방과 소화기능에 좋다. 배즙을 냉장고에 차갑게 보관하여 먹으면 맛이 더 깊어진다. 백 대표 농장의 상품들에는 특이한 명칭이 붙어있다. ‘슬기ㆍ주영ㆍ자운영ㆍ자연ㆍ단풍’이다. 배의 품종이 아니다. 백 대표의 세 딸과 두 아들의 이름이다.
“제가 생산한 배가 맛없고 나쁘면 소비자들이 욕을 하시겠죠? 제 자식들 이름을 걸고 배달된 상품이 욕을 먹게 하는 건 아비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런 다짐을 담아 아이들 이름을 상품명으로 한 겁니다.”

‘농부 백기수’씨는 대학생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인 다섯 아이가 모두 일손이 달릴 때면 아빠의 농장에서 자기 이름이 적혀 있는 배가 상품으로 출하되는 걸 기꺼이 돕는다며 자랑스레 웃었다.

박성용 sypark@joongang.co.kr

위 상품에 대한 구매 정보는 농부마음드림 : 농마드 사이트 (www.nongmard.com) 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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