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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가려 교육하면 능력계발에 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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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래의 우리사회를 담당해나갈 주인공으로서의 아동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크다. 그러나 격변하는 사회 속에 아동의 위치는 명암 양면을 지니고 있다. 특히 어린이의 안건을 위협하는 각종 공해와 전통적인 아동관에 입각한 성차별 등은 그들의 성장발달과 능력계발을 위해 우리가 극복하지 않으면 안될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오늘의 아동관 정립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한 아동교육「세미나」가 4일 한국 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이철경)주최로 동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성 역할과 아동관』이란 발제강연을 통해 한명희 교수(동국대·교육학)는 성인이 가진 성 역할 개념은 남녀아동에 대한 각각의 기대·교육방식·평가 등을 규정하므로 현실의 아동관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인의 남녀아동에 대한 태도는 궁극적으로 가부장제 가족제도 속에서의 가정 인으로서의 여성과 산업사회 속에서의 남성을 전제로 하여 파생되는 속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는 것이 한 교수의 지적이다.
따라서 가정 인으로서 여성최대의 이상을 현모양처와 부덕에 두는 여아교육과 사회인을 전제로 하는 남아교육은 목적·내용·방법에 있어서 상반되는 현상을 빚게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여아에게는 지적인 자극과 성취가 적게 요구되며 정의적인 면에서도 남아에게는 소위『남성다움』이라고 하여 독립성·조직성·분석능력·지적성취·용감성 등이 강조되는 반면 여아에게는 의존·양보·부드러움·수줍음· 희생 등『여성다움』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성 역할을 중심으로 한 남녀아동에 대한 성인들의 태도는 가정생활·사회환경에서 뿐 아니라 유치원·초등학교 등 교육전반, 나아가「매스컴」을 통해서도 입체적으로 아동들에게 그러한 유의 성 역할 문화를 내재화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아동들의 성별적 분화와 고정화를 없애고 자유롭게『자기 자신이 되는 일』을 돕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에서 남성선호사상을 지양하고 ▲성별에 의한 직업선택·인간특성에 대한 기대의 차이를 지양하며 ▲역할분담은 성별에 따라서가 아니라 개성에 따르도록 할 것등을 한 교수는 주장했다.
정세화 교수(이화여대)는『오늘의 아동관 정립을 위한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대만큼 아동의 생활과 교육이 큰문제로 등장하는 시대는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문명은 각종 공해로 인해 전에 없었던 새로운 형태로 아동의 생명과 성장·생활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통사고·유괴범·유해식품에 쫓겨 집안에 가두어진 어린이들은 행동력·모험심이 저하되며 자폐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오늘날의 아동세계에는 현실사회의 모순이 직접 밀려들어와 여러 가지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아동은 이 같은 현대사회의 문제점과 관련하여 이해돼야 할 것이라고 정교수는 말했다.
정 교수는 오늘날 우리나라 가정의 특징을 ▲사회와의 연대를 생각하지 않는 지나친 가족중심 주의 ▲성인중심의 육아의식 ▲아직도 지배적인 남아선호사상이라고 말하며 이것은 자녀를 독자적으로 키운다기보다 부모의 필요에 대응하는 존재로 파악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했다. 효가 아무리 미덕이라 해도 그것은 성인중심의 논리이며 부모는 먼저 자신이 한 인간으로서 훌륭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육아의 기본원리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아동관 정립을 위한 기본과제는 어린이세계에 밀려들어가고 있는 막대한 정보량·각박한 세정을 아동의 고유한 꿈과 무한한 미래에의 가능성과 어떻게 조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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