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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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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양식 광어(廣魚) 파동이 일고 있다. 소비가 부진하면서 광어 값이 크게 하락했다. 양식장에는 재고가 쌓여 있다. 양식 광어의 90%는 제주도와 전남 완도에서 나온다.

 제주도와 제주어류양식수협 등에 따르면 지난달 700g짜리 제주산 양식 광어의 출하단가는 8800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30%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700g 정도의 광어를 기르는 데는 사료값·전기세·인건비 등으로 1만원이 든다. 결국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값으로 광어가 팔리는 것이다.

 완도산 광어 값도 하락하기는 마찬가지다. 마리당 770g짜리 산지 값은 1만원 정도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떨어졌다. 제주도보다 북쪽인 완도지역은 수온이 낮다. 이 때문에 양식기간이 제주도에 비해 4개월 정도 길다. 완도산 광어는 육질이 더 단단하다고 한다. 가격도 제주도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다.

 광어 값 하락에는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오염수 유출 소식에서 비롯된 수산물 오염 우려 여파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세월호 침몰 사고 등에 따른 소비 위축도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 침체로 출하되지 못한 광어 물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도내 양식장이 보유한 광어 물량은 1만1854t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30%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제주도 내 광어 양식장은 351곳으로 2012년에 비해 17곳 늘었다.

 김광익(58) 제주어류양식수협 상임이사는 “원전 오염수 유출 소식이 전해진 이후 모든 수산물 소비가 줄었다”며 “소비 위축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광어 산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음식점의 회 가격은 그대로다. 서울 서대문구의 A횟집은 양식 광어회 한 접시(2㎏)를 5만5000원에 팔고 있다. 횟집 주인은 “3년째 같은 값을 받고 있다”며 “산지 가격은 수시로 변하는데 그때마다 회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제주어류양식수협 측은 영세 양식업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조만간 10억원으로 광어 100t을 수매할 계획이다. 광어는 우리말로 넙치다. 몸이 넙적하고 눈이 왼쪽으로 몰려 있다. 육질이 단단하고 입에 달라붙는 느낌이 있어 횟감으로 가장 선호하는 어종이다.

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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