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 성인용 애니 첫 온라인 개봉 … 극장 밖 극장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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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하는 현대사’는 극장이 아닌 디지털 온라인 시장을 통해 공개되는 최초의 성인용 애니다. [사진 콘텐츠판다, NEW]

‘발광하는 현대사’(7월 10일 서비스 오픈, 홍덕표 감독)는 국내 애니메이션계의 명장 연상호 감독이 제작을 맡은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다. 일러스트 강사 ‘현대’와 리포터 ‘민주’의 사랑과 욕망을 그린 강도하 작가의 인기 동명 웹툰(2012년 1~8월, 다음만화속세상)을 원작으로 해 화제가 됐다.

 재미있는 점은 이 영화가 극장이 아닌 IPTV, 인터넷 VOD 등 디지털 온라인 시장을 통해 공개된다는 점이다.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고 온라인 시장으로 직행하는 영화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성인용 애니메이션까지 가세한 것이다. ‘발광하는 현대사’를 배급하는 콘텐츠판다 김태원 과장은 “온라인 시장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각 플랫폼에서도 그에 특화된 콘텐트를 원하고 있다”며 “이에 맞춰 처음부터 디지털 배급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1편당 20분, 총 11부작으로 제작된 이유도 스마트 기기에 맞춤한 전략이다.

 ◆디지털 온라인 시장 성장=극장 밖 영화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각종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2009년부터 매해 20%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0년에서 2011년 사이 온라인 시장 매출은 1109억원에서 1709억원으로 54%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267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9년(888억원)에 비해 세 배 이상 덩치가 커진 것이다. <그래픽 참조>

영화 수입·배급업자들이 스크린 수에 한계가 있는 극장에 영화를 걸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대신, ‘디지털 배급’에 점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특히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쓸 수 없는 예술영화나 성인물, 애니메이션 등 특정 관객층을 타깃 삼은 작품들이 많다.

 극장에서 상영했던 영화 또한 온라인 시장이 반갑다. 극장에서 손해를 봤더라도 이곳을 통해 부가판권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 5월 개봉한 ‘인간중독’(김대우 감독)의 경우 극장 상영 당시 144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발권통계 기준)을 불러 모았다. 손익분기점(150만)을 밑도는 수치였다. 그러나 12일부터 IPTV, 모바일 등에서 서비스되기 시작한 이 영화는 2주 만에 이용 건수 11만7800여 건(6월25일 기준)을 넘어서며 순항 중이다.

상영 당시 크게 흥행하지 못한 영화 ‘인간중독’(아래)은 IPTV 등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콘텐츠판다, NEW]

 ◆IPTV가 성장세 주도=IPTV·디지털케이블TV·인터넷 VOD 등 여러 플랫폼 중에서도 특히 성장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946만 가입자를 보유한 IPTV(올레tv 530만, Btv 236만, tvG 180만)다. 지난해 디지털 온라인 시장에서 IPTV 매출이 차지한 비율은 65%. 업계의 움직임이 발빠른 이유다. 영화진흥위원회 양소은 대리는 “올 초 IPTV 등에 런칭한 ‘겨울왕국’이 현재까지 이용건수 88만 건을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웠고, 이에 탄력받은 업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IPTV 업계 선두주자인 올레tv가 4월 월정액제 서비스인 프라임무비팩을 내놓았다. 월 1만4900원으로 8000여 편의 영화와 미드를 마음껏 시청할 수 있어 3개월 만에 3만5000 가입자를 확보했다. KT 올레tv 문지형 과장은 “극장에 가기 힘든 맞벌이 부부 등을 중심으로 IPTV 이용층이 빠르게 늘고 있어 내놓은 서비스다. 평생 소장, 무제한 반복 관람할 수 있는 클라우드 VOD를 이용하는 고객도 늘고 있어 이 분야 서비스를 좀 더 확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중심으로 공급하던 클라우드 VOD 콘텐트를 극장 동시 개봉작으로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tvG를 서비스 중인 LG유플러스는 지난달 말 ‘유플릭스 무비’를 출시했다. 월 9900원으로 스마트폰·PC·IPTV 등을 통해 영화·미드 1만2000여 건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상품이다. LG유플러스 이정우 부장은 “극장을 벗어나 TV, 스마트폰 등으로 어디에서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에 발맞춰 내놓은 N스크린 서비스(하나의 콘텐트를 여러 기기에서 즐기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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