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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영업이익 8억 회사에서 … 150억 배당금 가져간 담철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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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논현동 스포츠토토 본사 정문에는 월·수·금요일 점심 때면 50명 넘는 사람들이 모인다. 이들은 “담철곤(59·사진) 오리온 회장은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오리온은 2003년부터 국민체육공단으로부터 위탁사업자로 선정돼 스포츠토토를 운영해왔다. 이후 10년간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체육기금을 조성할 정도로 외형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2012년 담 회장과 임직원들의 비리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오리온이 아닌 다른 위탁사업자로 넘어가게 됐다. 공단은 현재 새 파트너를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리온은 2011년에 2017년 9월까지 운영할 권리를 확보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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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사업자를 찾는 과정에서 스포츠토토 직원 260여명에 대한 고용승계가 문제로 떠올랐다. 김인수 스포츠토토 노조위원장은 “연초까지만 해도 오리온 임원들이 ‘스포츠토토운영권을 다시 찾으면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고용이 안정되니 힘을 합치자’고 해 적극적으로 오리온을 도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단이 본격적으로 다른 사업자를 찾아나서자 오리온에서 관심을 끊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스포츠토토 직원들은 “고용승계가 안되면 오리온이 명예퇴직절차를 거쳐 정당한 보상을 해 주는 등의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담 회장이 자기 몫만 챙겨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스포츠토토 직원들이 성토하는 담 회장의 ‘자기 몫 챙기기’는 무엇일까.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오리온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담 회장은 지난해 보수 총액으로 53억9100만원을 받았다. 부인인 이화경(58) 부회장의 보수는 43억7900만원이었다. 담 회장의 경우 롯데제과 대주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44억4100만원) 보다도 많이 받아 식품업계 연봉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오리온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88% 감소했음에도 등기이사들의 평균 보수는 54.88% 증가했다.

 더군다나 담 회장 부부와 자녀 2명에게는 오리온의 배당금 44억9269만원이 추가로 부여됐다. 보수지급과 배당이 이뤄진 건 담 회장이 지난해 4월 회삿돈을 횡령해 유용한 것이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뒤였다. 담 회장은 고가의 미술품을 회삿돈으로 사들여 자택에 장식품으로 걸어두는 등의 수법으로 226억원을 횡령하고 74억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2011년 6월 구속기소됐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 총수의 경우에는 불법 사건에 연루됐거나 기업이 어려울 경우 자신이 받은 보수를 기업에 환원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오리온의 결정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진 일”이라고 반박했다.

 담 회장의 고액 보수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지분 53.33%(18만4000주)를 소유한 비상장회사 아이팩으로부터 거액의 배당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올 3월말 금감원에 접수된 아이팩의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담 회장은 지난해 150억88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영업이익 8억원, 당기순이익 25억원에 불과한 회사가 순이익의 6배에 달하는 금액을 담 회장에게 배당한 것이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음에도 거액을 배당했다.

 아이팩은 과자 봉지와 박스 등을 만들어 납품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 403억원 중 80%인 324억원을 오리온에 납품해 올렸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오리온이 일감을 몰아주고, 그 대가로 담 회장이 배당금으로 보답받는 형식”이라며 “내외부 감시 장치가 부족한 비상장 회사라는 점을 악용해 대주주의 주머니를 불려준 전형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검찰 역시 담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오리온 그룹은 아이팩을 1988년 인수해 위장 계열사의 형태로 운영해왔다”며 “비상장 회사를 통해 비자금 조성을 쉽게 하려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담 회장은 2011년에도 배당금 200억5600만원을 받았다. 당시는 검찰이 담 회장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기소까지 이뤄진 상황이었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사 당국에서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금융당국은 고액 배당이 이뤄진 전후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기업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을 하는 많은 기업들까지 눈총을 받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사내 유보금 내에서 이뤄진 합법적인 배당”이라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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