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있는 불량식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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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년전 서울시내에서 국민학교 어린이들의 집단식중독사건이 발생했었다. 학교 급식빵을 먹고
서울의 1백73개 국민교 어린이 7천8백72명이 한꺼번에 식중독을 일으켰던 것이다. 10세의 한 어
린이는 이 사고로 끝내 생명을 잃었다. 77년9월의 일이다.
제조업자인 한국식품공업사 사장을 비롯한 3명이 구속되고 작년 연말 대법원에 의해 이들의 형
이 확정됐다. 형기는 금고2년에서 3년까지였는데 그 과정이 주목할만하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할 때「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식품위생법」과 업무상과실치
사상죄를 적용해 최고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문제는 법원이 보건법죄를 가중 처벌토록한 보건범
죄특별법을 적용하지않고 업무상 과실치사상 죄만을 인정한데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했던 이사
건에「보건범죄 특별법」은 학교급식빵을 제조·공급한 한국식품이 허가업소이기 때문에 적용할
수 없다는 법원의 해석이었다.
보건범죄단속법은『부정식품·부정의약품 등의 범죄에 대하여 가중처벌을 함으로써 국민보건의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하고 있다. 그래서 이법은 보건범죄에대해 최고 무기징역까지의 중형
을 내릴수 있게 했다. 이 경우 8천명의 어린이들이 피해를 보았는데도「허가업소」이기 때문에
가중처벌의 대상이 되지않았다.
상식으로는「허가업소」의 불량식품이 무허가 식품보다 피해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당연히「가
중처벌」의 대상이 되어야한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에「법리의 모순」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리
가 그러하다면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법의 법규가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소비자연맹이 거둬 검사한 7대「메이커」의 21개 우유에서 하나같이 허용기준치보다
훨씬 많은 대장균이 검출됐다. 이들「메이커」가 내놓은 우유의 시장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영
세무허가업소들에 철퇴를 내려야하는 것은 말할것도 없지만 시장을 거의 독차지하고있는 이들 유
명업소들이 불량식품을 만들어 판다면 그보다 더한 징벌을 주어야 한다. 그 식품을 먹는 소비자
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한더위가 찾아왔다. 설익은 수박에 유해색소를 넣어 익은 것처럼 팔기도하며 공장·
사업장등 집단급식소에서의 식중독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계절이다.
유해 불량식품에 눈을 똑바로 떠야겠다. <손주환 본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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