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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김영란법' 통과 촉구 … "정치권·고위층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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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의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지난 5월 19일 대국민담화에서 법안 처리를 호소한 이래 세 번째 공개 요구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접견했을 때도 이 같은 요청을 했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많은 국민이 바라고 있는 소위 ‘김영란법’ 등의 대형 법안들이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개혁의 대상이 된 관피아(관료 마피아)와 업계의 유착 사슬을 끊는 해결책 중 하나로 김영란법안의 통과를 제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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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은 공무원 등이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과 무관하게 처벌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가족들이 받는 금품·향응도 처벌 대상이다. 그동안 인허가 업무에 관련이 있는 공무원이나 이른바 ‘스폰서 검사’ 등이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뇌물죄 처벌을 피해왔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면 이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그간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안 처리를 공언해왔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5월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19대 국회 후반기 들어선 의원들의 소속 상임위원회가 바뀌면서 법안 처리의 우선순위도 뒷전으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국회가 조율해야 할 핵심 사항은 법안의 적용 대상을 어디까지로 할 것이냐다. 당초 국회 정무위원회는 적용 대상자를 교원의 경우 국공립뿐 아니라 사립학교와 사립유치원으로 확대했고, 언론인의 경우 KBS·EBS 등 정부출연 언론사뿐 아니라 모든 민간 언론사 종사자로 확대키로 했다. 이럴 경우 직접 대상자만 215만 명, 이들의 가족까지 합하면 최소 645만 명에서 최대 2151만 명으로 늘게 된다. 일각에선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공공기관에 청탁을 할 수 없게 되는 국회의원들이 적용 대상을 늘려 법안 처리를 어렵게 만들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견제구를 던졌다. 박 대통령은 “더 강력하게 판단해서 대상을 너무 광범위하게 잡는다면, 예를 들어서 국민의 3분의 1이나 (법안 적용대상에) 포함될 정도로 잡는다면, 현실성이 떨어지고 관련 대상자들의 반발로 오히려 (법안이) 실현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영란법은 정치권과 고위층부터 대상으로 해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첫걸음을 떼지도 못하면서 좋은 얘기만 한다면 실질적으로 실천은 안 하고, 말만 무성하다는 국민들의 눈총이 상당히 따가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통령, 국토부·산자부의 불협화음 비판=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정부가 자동차 연비 재검증 결과를 발표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엇박자를 낸 것도 문제 삼았다. 박 대통령은 “자동차 업계·소비자들 반발, 여론·언론의 지적이 쏟아졌다”며 “그동안 ‘칸막이 없애야 된다’ ‘협업해야 된다’고 많이 강조했고 경제부총리실에서 조정기능을 강화했는데도 이런 사안의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모습은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부처 간의 고질적인 영역 다툼은 물론이고, 조정 중에 있는 부처 간 이견이 그대로 밖으로 노출이 됐고, 이걸 보고 국민들과 업계가 혼란에 빠져 정부 신뢰도 크게 떨어졌다”며 “앞으로 경제수석은 경제부총리와 협업을 잘해서 이런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 된다”고 지시했다. 그러곤 “다른 수석들도 부처이기주의·칸막이 형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각 부처를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겠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나성린 수석부의장을 만나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정부가 많은 고민 끝에 내놓은 안이니 가급적 빨리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주 의장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정책위가 앞장서서 당·정·청 소통을 더 활발히 해달라. 정부나 청와대에도 각별하게 당부해 놓겠다”고도 했다고 한다.

허진·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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