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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반군, 정교일치제 국가 창설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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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 무장대원이 29일 자신들이 장악한 이라크 북부 도시 라카에서 ISIL 깃발을 흔들고 있다. [라카 로이터=뉴스1]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칼리프제 이슬람 국가 창설을 선언했다. 영토는 시리아 북부의 알레포부터 이라크 동부의 디얄라까지이며 국가명은 ‘이슬람국가(the Islamic State)’다. 2010년부터 ISIL을 이끌고 있는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3)가 ‘마호메트의 대리인’이란 뜻인 칼리프로 지명됐다. ISIL은 이날 홈페이지·트위터 등에 게재한 34분간의 오디오 성명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칼리프제 국가 건설은 수니파 무장세력의 오랜 꿈이었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숨진 이래(632년) 1924년 터키의 케말 파샤가 술탄칼리프제를 폐지할 때까지 이슬람권에서 칼리프의 명맥이 이어졌다. 이슬람의 상징적 정교일치(政敎一致) 체제인 셈이다. 시아파는 661년 암살된 마호메트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 이외의 칼리프는 모두 부정하고 있다. ISIL은 알바그다디를 ‘모든 무슬림의 지도자’로 내세우며 충성맹세를 요구했다. 알카에다가 아닌 자신들이 수니파를 대표한 세력이란 의미다.

 뉴욕타임스는 “일종의 선전술이지만 ISIL의 확장되고 있는 야심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 동안 전세계 성전을 통제한다고 자처해온 알카에다와 그 최고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ISIL은 이라크 내 알카에다 세력에서 출발했으며 이라크 전쟁 중 거의 괴멸됐다가 시리아 내전을 통해 살아났다. 그 과정에서 알카에다와 충돌, 1월 알카에다에선 축출되는 건 물론 시리아에서 떠나란 명령까지 받았다. 그러나 최근 알카에다의 시리아 공식지부인 알누스라전선으로부터 충성맹세를 받는 등 세력이 확장됐다. 이 과정을 이끈 게 알바그다디다. 그는 이라크 사마라에서 태어난 교사 출신으로 바그다드대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이라크 정부군의 반격도 거세졌다. 개전 초기에 지리멸렬했던 모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평가다. 티크리트와 모술 인근, 그리고 바그다드 주변에서 ISIL과 맞서 싸우고 있다. 이라크군은 “티크리트의 북부에 있는 살라하딘 대학에 이제 이라크 국기가 휘날린다”고 주장했다.

 외국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이라크 정부가 러시아로부터 도입하기로 한 수호이 전투기 10여 대 중 1차 분 5대가 러시아 전문가들과 함께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수일 내 작전 투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군사고문단 300여 명과 이란의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일원도 활동 중이다. 각각 떨떠름한 사이인 미국·러시아·이란의 기묘한 ‘이라크 협업’인 셈이다. 한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쿠르드 독립국가 건설을 요구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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