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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계「버스」사고의 원시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주말의 정적을 깨뜨리고 강원도 탄전지대에서 일어난 「버스」추락참사는 고도산업사회를 지향하는 이땅에 아직도 전근대와 원시의 늪이 얼마나 깊이 패어 있는가를 실증했다는 점에서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번 사고에 있어서도 지금까지 자동차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매번 지적돼온 정비불량이나 운전사 과실, 기타 도로여건의 불비등 문제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나타났다.
한꺼번에 24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9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삼사군도찬읍통리고갯길의 이번 사고가 우선 노폭불과 6m의 좁은 내리막길에서「브레이크」고장을 일으킨 털털이 「버스」와 화물「트럭」사이의 충돌사고라는 점부터가 창피스럽다.
이같은 상황은 같은 참사가 앞으로도 또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위험신호의 연타라는 점에서 종래와 같은 일과적인 사고처리만으로써는 국민의 분격을 달랠 수 없는 문제성을 지니고 있다.
정비되지 않은 산악지대의 비좁은 비포장도로란 항상 사고의 위험을 숙명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라도 알고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이 도로는「지방도」라고는 하지만 그 위로는 탄광을 드나드는 대형차량은 물론 삼척·도계·황지를 연결하는 시외「버스」의 통행이 잦아 분명히 산업도로로서의 기능을 행하고 있었는데도 도로정비계획이 전혀 없었다고 하지 안흔ㄴ가.
고속도로나 국도가 아닌 탓으로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았고 유지관리책임을 맡은 강원도의 능력으로는 이도로에 대한 정비계획을 미처 마련할 힘이 없었다는 변명이 성립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강원도당국으로서 위험구간에 대한 주의표지나 일방통행제등 최소한의 안전유지 대책조차 없었다는 점은 도로관리 행정상의 중대한 과오를 범한 것이라는 지탄을 면키 어렵다.
장마철이나 한겨울이면 몇차례 도로파손으로 통행이 두절되는 이 도로에 평소부터 너무 무관심했음은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닌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태의 도로가 아직도 전국 각처에 산재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1백%포장된 고속도로를 제외하고는 국도(건설부관리=총연장8천2백32km)가 60.4%, 특별시도(연장7천6백57km)가 58%로 비교적 높은 포장율을 보인반면 지방도(각도관리=1만8백19km)는 9.2%, 시·군도(시·군관리=1만8천22km)는 10.6%라는 한심스런 포장실태에 있다는 점도 특별한 안전대책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한편, 포장에 앞선 안전관리의 문제로서 장기적인 것과 함께 단기대책도 빼어놓을 수 없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하겠다.
그밖에 교통행정의 당면과제는 누차 거론된 바와같이 정비와 운행 기술상의 감독기능을 더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브레이크」의 결함을 간파했으면서도 운행을 강행했다는 점이나 갑종검사를 받은지 2개월도 채 못돼「브레이크」고장을 일으킨 점등은 우리나라 교통행정의 원시성을 대변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밖에 경험이 많은 노련한 운전사들이 벽지운행을 기피하고 있다는 현실이나 대부분의 시외「버스」가 장시간 운행하는데 비해 일일점검을 충실히 하지 않는점, 비포장도로운행「버스」에 대한 특별한 정비계획등은 사고예방을 위한 교통행정이 지향해야할 긴급한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같은 두가지 측면의 행정상의 지원과 노력, 이밖에 관련 운륜업종사자들이 운충륜업의 공우성과 안전문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길만이 교통참사를 줄이는 첩경임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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