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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날개 위에』가곡 70년을 한눈에|미지의 세계 생생히 보인『야행성 동물들』|『봉산탈춤』은 인간문화재 진면목 펼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TBC-TV『노래의 날개 위에』는 한국가곡 70년 사를 섭렵하는 주옥같은 우리가곡들을 짜임새 있게 들려주었다. 출연자들의 엄숙하고 딱딱한 자세는 여전하였음에도 우리가곡의 초창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를 회고, 아름다운「멜로디」와 서정을 만끽할 수 있다. TV가 오락이나「드라마」말고도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인「프로」였다.
KBS-TV는『미지의 세계』시간에『야행성 동물들』편을 방영했다.
인간의 시력보다 수천 배나 강력한「렌즈」를 장치한 특수「카메라」로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현장을「필름」에 담은 기록영화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한층 충족시켜 주었다. 특히 캄캄한 밤에만 활동하여 우리 인간들이 알 수 없는 올빼미, 박쥐, 도롱뇽,「하에나」등의 생태는 흥미 거리 이었으며 야간 촬영이 가능한 적외선「카메라」를 동원하고 특히 박쥐의 초음파 감지기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인 것은 우리 현실로서는 아직 접할 수 없는 귀중한 과학교양 자료였다.
MBC-TV 는『전통의 향기』서간에 한국 민속극들 중에서『봉산탈춤』편을 방영했다. 해외공연 등 정부의 강력한 시책에 힘입어 무형문화재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차차 넓어지고 있는 요즘 시기 적절한「프로」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프로그램」의 의의는 자칫 풍성한 행사 속에서 오도되기 쉬운 춤사위와 장단·재담 등을 해설을 곁들여서 인간문화재들의 솜씨를 통하여 생생하게 그 진면목을 보여주었다는데 있다.
그 많은 TV「프로그램」중에서 유독 시청자를 웃기고 재치와 풍자로써 시원스런 해학과 속 후련한 즐거움을 안겨 줄 수 있는 것은 역시「코미디」「프로그램」이 아닐까 한다.
두 방송국(TBC·MBC)의 아 귀중하고 아까운「프로그램」이 아직도 그 신파극 시대의 감상과 안이한 발상, 그리고 빈곤한 소재와 어설픈 형식으로 시청자들의 억지 웃음을 끈질기게 강요하려 하고 있다.
이미 시대는 변천하였다. 지난 세대에 무대 위에서 미숙하나마 즉흥적으로 어찌어찌 꾸며서 어쭙잖은 흉내나 얄팍한 재주로 웃기던 시대는 벌써 아닌 것이다.
물론 역량 있는 작가의 빈곤과 이 분야에 재주 있는「탤런트」인「코미디언」의 희귀 성과 어려운 제작여건을 모르는바 아니나 그러한 여러 어려운 여건이라는 것도 그 옛날 어느 시대의 여건보다는 한층 나아진 것이 아닌지….
피부에 와지는 것이 아닌 내부로부터 진정 웃을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는 참신한「코미디」를 기대해 본다.
양정현<서울예술전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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