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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4시간 배아 모니터링으로 임신률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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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가천대 길병원 아이바람클리닉 박종민 교수

난임은 아는 만큼 극복할 수 있다. 여성은 35세 이후로 가임 능력이 떨어진다. 난자를 만드는 난소가 늙으면서 자연임신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건강한 수정란을 선별 이식해 임신 성공률을 높인다. 24시간 배아를 모니터링하는 프리모비전 시스템 덕분이다. 지난 25일 이 시스템을 국내 처음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 아이바람클리닉 박종민(산부인과·사진) 교수를 만나 최신 난임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그는 수많은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키면서 국내 난임치료 연구를 주도한 이 분야의 권위자다.

 박 교수는 “젊고 건강한 부부도 자연임신율은 20% 수준”이라며 “난임이라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난임치료는 건강한 난자·정자가 만난 수정란을 선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좋은 수정란은 색이 투명한 황금빛을 띠면서 동그랗다. 세포가 분열할 때도 속도가 일정하고 모양이 양쪽으로 대칭을 이룬다.

 박 교수는 “수정란이라고 모두 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난자와 정자는 만나는 즉시 수정이 이뤄지면서 세포분열을 시작한다. 이렇게 탄생한 배아는 120시간 동안 성장한다. 바로 수정란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수정란은 속도가 정상보다 빠르거나 느리고, 색이 혼탁하다. 수정란 속에 불순물이 섞여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수정란은 자궁에 아무리 많이 이식해도 착상률이 떨어진다. 임신기간 동안 유산할 가능성도 크다. 자연임신 유산율은 5% 내외지만, 시험관임신 유산율은 이보다 4배 높은 20%다. 박 교수는 “건강한 수정란은 자궁 내 착상률이 높아 한두 개만 이식해도 임신에 성공해 출산까지 순조롭게 진행한다”고 말했다.

 좋은 수정란을 찾는 비결은 24시간 배아 모니터링 시스템에 있다. 수정란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성장 과정을 관찰한다. 지금까지는 수정란으로 완성되는 기간인 5일 동안 하루 1회만 살폈다. 수정란은 산소에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아 약해진다.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찰 시간도 1분 남짓에 불과하다. 모니터링 시간을 다 합쳐도 5분을 넘기지 않는다. 수정란의 수정 여부, 발달 정도, 단계별 분열 속도 등을 종합해 좋은 수정란을 선별·판단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한 것이 프리모비전 24시간 배아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배아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도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6월 길병원이 최초로 도입했다. 박 교수는 “수정란을 24시간 관찰 가능한 프리모비전에 올려놓으면 50분 단위로 수정란 분화 과정을 모두 기록한다”고 말했다.

 수정란 이식은 두 달 후 이뤄진다. 임신에 적합한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다. 박 교수는 “예비 산모는 난자 채취로 호르몬 균형이 깨지고 자궁이 지친 상태”라며 “수정란을 냉동보관한 후 몸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가 이식하는 것이 임신 성공률을 높인다”고 말했다. 실제 길병원은 건강한 수정란을 선별하는 24시간 배아 모니터링·동결 이식 시스템으로 기존 35% 수준이었던 임신 성공률을 50%까지 끌어올렸다. 임신 성공 가능성을 높여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임신은 배란기를 맞춘다고 한 번에 성공하지 않는다. 기초체온을 측정해 찾은 배란기는 임신에는 한발 늦은 경우가 많다. 이미 난자가 소멸기에 접어들어서다. 만일 임신을 계획했다면 산부인과를 방문해 상담하는 것이 좋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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