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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렌트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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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가용을 빌려드립니다-.
「마이카」 시대가 막을 올리면서 자가용을 제공해 주고 사용료를 받는 「렌트카」 (자동차대여)사업이 새로운 운수업종으로 재미를 보고있다.
아직은 선 보인지 얼마 안 되고 대여차량의 수도 많지 않은 형편이지만 날로 느는 자동차수요, 운전면허인구의 가속적 증가로 장래가 밝은 「성장사업」이다.
「렌트카」는 본래 「마이카」의 선구 또는 연장적인 성격을 띤 업종.
「마이카」가 일반화되기 전단계에서는 여유가 생긴 서민들에게 「마이카」의 기분을 맛보여주는 중간과정으로, 「마이카」가 대중화된 다음에는 여행·손님접대 등 승용차의 임시수요에 맞추게 된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렌트카」기 등장한 것은 76년.
대한 「렌트카」 (서울 한남동 76의24·대표 김문환·52)가 교통부로부터 30대의 인가를 얻어 운행을 시작했다.
2년 만인 지난해 1월에는 1백60대의 증차허가를 받아 현재 「렌트카」는 1백90대.

<서울서 시작…전국에 3백80대>
지방에서는 작년 10월 제주에서 제주 「렌트카」(대표 박의전)가 30대를 운행하기 시작했고 부산에서는 영남「롄트카」(대표 허갑진)와 부산 「렌트카」 (대표 민영완)가, 광주에서는 상무「렌트카」(대표 박찬문)가 모두 1백66대를 인가 받아 작년 연말께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바야흐로 「렌트카」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아직은 전국을 통틀어 3백86대밖에 안되는 숫자지만 그 수요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의 경우 「렌트카」는 2∼3일전에 예약을 해야 할 만큼 성업중이고 지방에서도 시험운행단계지만 미처 주문을 감당 못해 즐거운 비명이다.
대한 「렌트카」는 「레코드」 15대·「마크Ⅳ」52대·「뉴코티나」 23대, 「제미니」 7대, 「포니」91대·「브리샤」가 2대, 1백% 가동이다. 개업 당시 서대문 본점과 김포공항·조선「호텔」3군데였던 영업소를 수원·인천·강릉 등 지방도시까지 9개로 늘려 줄잇는 예약을 받고있다. 서울 이외 「시골」 손님도 15%나 된다.
『작년 가을부터 경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습니다. 외국에 가서 보고 장래가 있다고 판단해서 손을 댔었는데 그동안은 적자였어요.
「렌트카」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거의 없는 상태여서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렌트카」 사업을 우리 나라에 처음 도입한 대한「렌트카」 대표 김문환 씨의 말이다.
허가 댓수가 1백90대로 늘어나고 일반의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높아지면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고 한다.
김 씨는 현재의 허가댓수가 수요와 공급이 거의 균형율 이루고 있는 상태이기는 하지만「렌트카」의 수요는 급격히 늘 것으로 내다본다.
작년 한해 모두 3만8천5백44명의 고객에게 「자가용」을 제공했지만 현재의 추세라면 5년내에 보유댓수를 1천대이상으로 늘려야할 것이란 전망.
교통부당국이 「렌트카」허가댓수를 산출한 근거는 관광객 숫자·인구·도로·관광시설 등 여건을 감안한 뒤 대체로 「내국인관광객의 1천분의 3, 외국인 관광객의 1백분의 3」을 적용한 것이다.
이 계산에 따라 서울에 3백43대, 부산에 96대, 대구 36대, 대전 19대, 광주 10대, 제주 10대 등 전국에 5백20대가 필요한 것으로 잡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렌트카」댓수는 부촉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1대에 3백만(소형)∼6백만원 씩 하는 승용차를 몇 십대씩 확보해야 하는 실비투자의 부담과 ▲대여영업의 복잡성 때문에 고도의 경영기술이 필요하며 ▲사고 등 위험부담이 높아 초기 단계에서부터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 등의 특성 때문에 선뜻 아무나 나서지는 못한다.
현재 우리 나라의 「렌트카」사업은 그래서 독과점 상태다.
「렌트카」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높은 경영기술 필요한 장사>
차만 빌어가는 「셀프」 대여와 운전사까지 딸려주는 「쇼퍼」 (Chauffeur) 대여.
초기에는 대부분이「쇼퍼」대여였으나 요츰은「셀프」와 「쇼퍼」가 5대 5정도.
그만큼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늘었다. 「셀프」대여에는 조건이 까다롭다. 3년 이상의 운전경력이 있어야하며 세 사람의 보증을 세워야 한다. 외국의 경우 인건비가 비싸 운전사가 딸리면 운전사수당이 차량대여료의 1백2O%나 된다. 우리 나라는 운전사수당이 38%정도인데다 「셀프」 대여의 조건이 까다로와 외국보다「쇼퍼」대여가 많다.
이용객은 대한「렌트카」의 경우 내국인과 외국인이 6대4정도인데 사업의 토착화를 위해서는 7대3점도가 이상적이라고. 내국인수요자는 대개 관광이나 업무용이다. 외국인 순수관광객이 이용하는 예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우리 나라의 교통여건이 외국인들이 안심하고 차를 몰 수 있을 만큼 갖추어지지 못한 때문이라고 했다. 지도 한장이면 어디라도 갈 수 있을 만큼 도시나 도로망이 정비되어 있지 않은 까닭이다.「기어」 변속이 자동화되지 않은 국산 차의 기능적인 차이도 있다.
자가용 기분을 내고싶어 「렌트카」를 빌리는 사람이 많던 초기에는 「기왕이면 고급으로」하는 허영 때문에 고급차를 찾던 경향이 있었으나 요즘은 대여료와 연료비가 적게 드는 소형차가 인기를 얻고있다. 이제 우리 나라의 「렌트카」도 「기분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들이 쓸 만큼 됐다.
현재의 「렌트카」 요금은 75년 11월 4일 인가된 요금. 업자들은 그 동안 차 값과 운전사수당·보험료 등이 엄청나게 올랐고 몇 차례의 교통요금 인상 때도 빠졌다며 요금 인상을 진정하고 있으나 교통부는 최초의 요금이 여유 있게 책정된 만큼 아직은 올릴 때가 아니라는 태도다.
「렌트카」의 요금은 차종·대여방식·기간에 따라 다르다.
대여기간은 3시간·4시간·5시간·1일·1주일단위로 계산되며 초과요금·부과세·운전사수당·연료비·도로통행료·주차비·보험료 등 복잡한 계산이 포함된다.
운전사를 딸려 「포니」 승용차를 빌어 타고 서울∼부산간을 왕복 (약 9백km) 할 경우 최소 7만여 원이 든다.

<원시적 제도로 아직 요금 비싸>
요금은 선불. 모든 차량은 국내보험회사에 20만「달러」 (1억원) 외화표시보험으로 들어있어 사람·차의 피해 보상은 자동차보험에서 하게 되지만 「셀프」 대여 때 차량충돌사고를 일으키면 별도로 사용자가 5만원을 내야한다.
「렌트카」의 운영은 운수사업가운데 가장 뛰어난 경영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돼있다.
대한 「렌트카」는 그래서 미국의 세계적 「렌트카」회사인 AVIS사와 제휴, 기술을 도입했다. 연간 외형 거래액의 3%를「로열티」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AVIS사와 「체인」을 맺고있는 전세계 1백26개국에서 통용되는 「크레디트·카도」도 발급하고 있다. 「셀프」대여를 바라는 사람은 AVIS의 회원으로 가입, 「카드」를 받으면 어디서나 「셀프」대여를 받을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현재 8백90명이 이 「크레디트·카드」를 가지고 있다.
우리 나라 「렌트카」 사업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당국이 「렌트카」회사별로 사업구역을 정해 묶어놓고 있는 것. 서울에 있는 회사는 서울과 경기·강원지방에서만, 부산은 부산·경남북, 광주는 전남북·충남북, 제주는 제주로 되어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부산까지만 가고 부산에서 차를 반납하고 싶은 사람은 부산에 지사가 없어 서울까지 돌아오는 요금까지 무는 불필요한 부담을 지게 된다.
고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당국이 「렌트카」의 조건을 조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문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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