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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는 가르쳐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의 생활과 교육에 가장 기본적인 어문정책은 해방 후 7차례나 큰 홍역을 치렀음에도 최근 다시 격론이 재기될 조짐이다. 한국어문교육연구회, 국어국문학회, 국어학회, 한국국어교육연구화등 4개 어문관계 단체들은 지난 12일 어문교육에 관한 합동「세미나」를 여는 한편 『어문교육 및 어문정책에 관한 건의서』를 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달 말로 예정된 『어문관계 개정시안』의 서울공청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이 건의서는 지난해 어문관계 7개단체가 문교부에 낸바 있는 『국어교육강화 촉구건의서』및 사학연구단체를 포함한 10개 단체의『한자교육에 관한 청원서』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었음을 상기시키면서 한자교육과 국어교육 및 어문정책자문 기관의 구성등에 관한 주장을 재천명했다.
이러한 논의의 초점은 한마디로 한글 전용론과 한자 병용론의 대치라고 하겠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박정희대통령이 77년8월 『한자는 무리해서 많이 가르칠 필요도 없고 또 당장 없애자는 주장도 옳지 않다』고 문교부에 지시함으로써 정부의 기본적인 태도를 밝힌바 있는데, 그럼에도 학계의 논란은 끊임없이 일고 있는것이다.
돌이켜보면 해방 후 처음으로 한글전용법이 공포된 것은 1948년이다. 동난 중 흐지부지되었다가 50년대 말에 한때 한글전용이 강요되었고 5·16직후에는 공문서의 한글전용으로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이어 68년 『한글전용 5개년계획』이 수립됨에 마라 70년부터 모든 교과서에서 한자를 일소시켰고 7l년에는 각급 학교입시에서조차 한자출제가 금지되었다.
그러나 이런 교육아래 자라난 2세들이 우리문화의 원천인 고전에 접할 수 없게 됐음은 물론, 일상적인 신문이나 거리의 간판조차 읽지 못하는 문맹이 되고 말았음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었던 것이다. 뿐더러 그 당연한 결과로 학문연구와 이웃 여러 나라와의 문화교류에도 막대한 지장을 가져오게 되자 문교당국도 그 지나침을 뉘우쳐 72년 2학기부터 한자교육을 부활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 교육용 기초한자로 정한 것이 이른바 상용한자 1천8백자이며 이를 중·고교 과정에서 익히게 하도록 한 것이다. 이어 75년에는 국민학교 4∼6학년에서도 한자를 가르치는 방침이 굳어지는 듯 했으나 다음해 다시 백지화, 현재는 종전대로 중·고교에서만 실시되고 있다.
그간의 이 같은 우여곡절이 실명해주듯이 문교부의 어문정책은 한마디로 갈팡질팡의 연속이었다. 항구적이고 일관성있는 연구위원회나 자문기관을 두지 못한 채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처리해온 느낌이 없지 않은것이다.
과연 한나라의 어문정책이 이처럼 허둥거려서야 되겠는가. 우리의 현실이 동아적 한자문화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면 확고한 정책을 밀고 나가야 마땅하다. 물론 우리는 결코 한자의 무제한 사용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깊은 지식을 위해서는 별도의 대학교육이 필요하며 그들로 하여금 우리의 고대문화와 고전연구조사를 전담토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것마저 국가적인 정책의 배려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최근 상용한자를 33년만에 다시 크게 개정, 오히려 상용한자 수를 늘리기까지 했다.
빈도가 적어진 19자를 삭제한 대신 새로 95자를 추가해 1천8백50자에서 1천9백26자로 확정한 것이다. 시대의 변천에 마라 국민생활에 필요로 하는 한자를 재정리, 적극적으로 학교에서 가르치기로 한 것이다.
본란이 누차 주장한 바와 같이 일상문서에서의 한글전용과 한자교육은 별개의 문제다. 국민학교 과정에서부터의 한자교육은 교육의 본래의 목적에 비추어서도 필수불가결한 요청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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