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시인3명 이색시낭송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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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의 대중화와 생활화가 논의되고 있는 요즘, 중견시인 3인의 이색적인 시낭독회가 열려 시단과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낭독회를 가진 시인은 구상·박희진·성찬경씨.
7일하오2시 서울원서동 공간사랑에서 열린 이낭독회엔 1백50여명의 청중들이 참석, 성황을 이루었다.
3인의 시인들은 각각 10∼12편의 자작시를 낭독했는데 보통 시낭독회와는 달리 조명을 변화시키거나 간단한 동작을 곁들여 특색을 보였다.
특히 박희진씨는 완전히 조명을 끈 뒤 2편의 시를 암송하기도 했다.
이밖에 시인들은 작품에 대한 해설을 붙여 시의 이해를 도왔다.
이번 행사는 시의 보급과 함께 본격적인 시낭독의 연구 및 개척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정기적인 행사로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밤 7시 공간사랑서 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시는 문자에만 의존해 왔을뿐 낭독에 의한 관심은 퍽 등한히 되어왔었다.
구상씨는『우리의 시가 시정신의 깊이와 기교의 다양성엔 많은 성장을 해왔지만 시의 낭독에 대해서는 사각과 같은 영역이 되고있다』며 『시를 생생한 목소리로 읊음으로해서 시에 시간적·공간적인 종합적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했다.
성찬경씨도『시를 문자에만 의존하는 것은 사물의 추상화에 또 추상화라 할수 있는데 여기에 반해 소리를 내서 시를 읽을 때 그 소리는 문자만으로는 도저히 드러낼수가 없는 새로운 뜻과 비밀을 드러나게 해준다』고 했다.
이번 행사엔 입장료(5백원)가 있었는데도 많은 시의 애호가들이 몰려 시의 보급에 희망을 걸게 했다.
박인애양(20)은 『시란 아름답고 깊이 있고 진실이 들어있는 말인데 그말을 육성으로 들으니 새로운 부피와 생기를 느낄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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