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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정민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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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오른쪽 날개 정민철이 부활의 시동을 걸었다.

정민철은 지난 8일 LG 트윈스와의 대전 홈 개막전에서 6이닝을 4안타 1실점으로 막고 첫 승을 기록했다. 팀의 첫 승이자 신임 유승안 감독의 첫 승이기도 하다. 공에 힘이 있고 변화구 제구력도 좋아 삼진이 6개였고, 사사구는 없었다. 최근 3년 새 가장 뛰어난 구위라는 평가다. 한화 관계자들은 내야 수비가 좀 더 좋았더라면 무실점 투구도 가능했으리라며 아쉬워했다.

정민철의 전성기인 1999년, 그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다른 투수들보다 훨씬 앞으로 나와 던지는 것 같다"고 불평했다. 오랜만에 그 볼이 나왔다. 똑같이 투수판을 밟고 던지지만 공을 목표쪽으로 끌고 가 최대한 늦게 놓기 때문이다. 같은 속도라도 정민철의 직구는 다른 투수들의 그것보다 훨씬 빠르고 커브도 훨씬 더 많이 휘는 것처럼 보인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그는 최고 시속 1백45㎞인 직구를 던졌다. 정민철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1백50㎞까지 던질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정민철은 2001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진출했다가 실패하고 지난해 국내에 복귀, 7승13패로 무너지면서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볼끝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한화 투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3천개 이상 투구를 하면서 재기를 다졌다. 몸무게도 5㎏ 가량 감량했다."한 물 갔다는 평가에 크게 자존심을 상해 최선을 다해 훈련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실패한 것이 정민철에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요미우리 1군에서 제외된 뒤 제대로 공을 던지지 않고 푹 쉬어서 어깨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즉 일본으로 가기 전보다 지금 공이 더 좋다는 얘기다.

정민철은 공 87개를 던진 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잘 던지는데 너무 빨리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유승안 감독은 "구위가 좋은 정민철을 많은 경기에 투입하기 위해 선발투구를 최대한 아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그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말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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