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한킴벌리 無분규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생활용품업체인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은 오는 23일부터 4일간 임직원 가족들을 회사로 초청한 '노사화합 가족프로그램'을 실시한다.

23일에는 직원들의 체육대회와 사진전시회, 24일엔 사내 물물교환시장, 25일과 26일은 직원가족 초청 철쭉제와 장기자랑 및 사생대회가 개최된다. 벌써 9년째 계속되고 있는 노사한마음대회다.

대전공장 안선혁 인력개발부장은 "단순히 봄맞이 체육대회 정도의 프로그램이 아니고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노사가 가족들을 위해 마련한 연례행사"라고 말했다. 노사 화합 차원을 넘어 경영파트너들의 한마당 잔치라는 얘기다.

노조 창립 10년, 노조원은 1천여명에 가깝다. 그러나 유한킴벌리 노사는 1996년 6.29선언 이후 전국적인 민주화 바람을 탄 노사분규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분규를 겪은 적이 없다. 최근 5년은 노조가 회사에 임금협상을 위임할 정도로 상호 신뢰가 높다.

그 비결은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대전.안양.김천 등 세곳에 공장을 둔 이 회사는 연초에 사업장별로 회사 운영계획을 마련한다. 계획이 마련되면 곧바로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1박2일간의 워크숍에 들어간다.

계획의 실효성을 따지고 실천방향을 만들기 위해서다. 액션플랜은 안전과 품질.생산성.환경.후생복지.봉사활동 등 6개팀으로 나눠 실행되는데 모두 노사 대표가 참여한다. 회사는 이를 '노경(勞經)공동목표추진팀'이라 부른다.

이들 6개팀은 매월 미팅을 열고 결과를 점검하며 분기별로 그 진행상황을 전 임직원들에게 공개한다. 이과정에서 회사는 경영의 모든 실적이나 어려움을 직원들에게 알리고,직원들은 애로사항이나 문의사항을 토로한다.

노사가 참여한 팀단위로 경영전략을 실천하고 회사는 그 종합 결과를 직원들에게 있는 그대로 공개해 서로 책임지는 경영풍토를 조성해 놓은 것이다.

노조 대전공장의 서용찬 지부장은 "경영의 일부분에 직접 참여하고 있고 회사가 투명하기 때문에 다른 회사 직원보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인 문국현 사장도 매년 봄과 가을 두차례 노사대표가 참여하는 대화시간을 갖고 노조의 의견을 경청한다.

고경민 인사부장은 "회사의 주요 행사는 반드시 노사가 협의하에 결정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고 이것이 바로 무분규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최형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