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열반 수업의 공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요즘들어 과외수업에 대한 온갖 논란이 계속된 끝에 드디어는 고교에서의 학과목별 우열반운영과 보충수업의 확대를 공인하는등 이른바 「과외진정대책」이 서울시교위당국자에 의해 발표되었다. 당국이 이처럼 과외수업을 『누구나가 동의할 수 있는 상식적 방법으로는 도저히 고칠 수 없는 병』으로 낙인찍게 된 것은 중·고교의 평준화시책이 학교교육을 「죽도 밥도 아닌」 교육으로 만든데 근본 원인이 있음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때문에 당국조차도 과외열풍이 학교교육의 불신에서 빚어진 것으로 분석, 학교교육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만이 학교밖에서 성행되는 과외를 학교안으로 끌어들일 수있는 방법으로 속단하기에 이른것 같다.
중·고교 입시가 무시험제가된 이래 더욱 심해진 과외수업 풍조에 대해 현행제도를 고집하는 한에 있어서는 우열반 편성이나 보충수업확대가 한가지 치유방법이라 볼 수 있겠으나,이같은 대책도 따지고 보면 또다른 형태의 부작용을 수반할 것은 틀림없기 때문에 근본대책이라고는 할수 없는 것이다.
중학무시험제 실시후인 71년 당국은 역시 학생들의 학력저하와 과열과외수업의 폐단을 막는다는 이유로 보충수업을 양성화했었고, 육성회비에 보충수업비를 포함해 징수해왔으나 『별다른 효력없이 학생들의 귀가시간만 늦춘다』는 결론으로 78학년도부터는 다시 공식적으로는 금지해 왔던 것은 모두가 아는바와 같다.
여기서 효력이 없다는 것은 물론 학력수준향상에 별로 도움이 못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실패원인중의 하나는 우열반편성의 금지, 수용태세의 미비등 관리상의 잘못에도 있었던 것이나, 결국 그 궁극적 원인은 고교무시험제 자체의 모순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판단일 것이다.
현항제도하에서의 우열반편성은 본란이 여러차례 조건부 찬성의 뜻을 표시했지만, 현재의 재학생학력이나 시설수준을 감안할 때 많은 어려움이 많은것도 또한 분명하다
실지로 어느 중학교 신입생 7백6명의 성적분포를 조사해본 결과, 90점이상 3명, 80∼89점 56명, 70∼79점 1백5명, 60∼69점 2백3명, 50∼59 2백12명, 40∼49점 86명, 3O점이하 41명이었다는, 즉 수재에서 저능아까지 함께 모인 학급을 어떻게 우열반으로 나누고 보충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학교측으로서는 실로 심각한「딜레마」가 아니겠는가
또 보충수업때만의 과목별이동수업이라는 방식도 이를 채택할 수 있는 시설이나 교원등 여건이 충분한가를 고려할때 오히려 학습분위기만을 흐트러 놓지않을까 싶다.
물론 새로운 대책의 효력은 이대책을 수행할 학교장이나 교원들의 능력과 열성에 따라 다소 달라질 여지는 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보충수업비만 더 내면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별도의 과외로 다시 눈을 돌려 부담만 과중시키는 결과도 나올 수있는 것이다.
종전에는 어느 학교는 1류, 어디는 2류 하는식의 구분이 있어 1류는 1류대로 수준에 맞춰 공부하면 1류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고 2, 3류는 또 그들대로의 수준이 있어 진로를 결정해 왔으나 현재는 한학교 또는 학급안에 l류에서 4,5류까지의 학교·학급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때문에 1류병·과외병이 모든 학생에게 전염되어 과외열풍을 부채질했다고 하면 잘못된 생각일까.
끝으로 우리는 이와 관련하여 문교부가 별도 설립을 추진한다는 과학고교·어학고교등 특수학교의 설립보다는 고교만이라도 어떤 형식으로든지 이른바 「평준화」 운운의 미망을 버리고 학력수준의 획기적 향상을 기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교육의 정도이며 또 대국적 견지에서 바람직한 개혁방향임을 거듭 주장하는 바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